매일신문

버스·도시철도 동반성장 길 찾아야…환승·연계 시스템+대중교통 유입책

대중교통 이용 줄어든 사이 승용차 이용 증가
전문가 "승용차 억제·환승체계 개선 병행해야"
대구시, 광역환승제도와 수요응답형교통 등 확대 도입

12일 대구 남구 명덕네거리 인근 버스정류장 위로 도시철도 3호선 열차가 지나가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12일 대구 남구 명덕네거리 인근 버스정류장 위로 도시철도 3호선 열차가 지나가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지난 10년간 대중교통을 외면한 시민들은 승용차로 눈을 돌렸다. 시내버스와 도시철도는 경쟁이 아니라 동반 성장해야 하는 관계다. 떠나가는 승객을 불러 모을 공동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환승 시스템 구축과 함께 승용차 억제 등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줄어든 대중교통 승객…승용차로 떠나

지난달 22일 오후 6시쯤. 평일 퇴근 시간에 맞춰 시내버스를 타고 수성구 신매네거리에서 반월당네거리까지 13㎞를 이동했다. 또 직접 승용차를 몰아 같은 구간을 움직였다. 시내버스는 승·하차 교통카드를 찍은 시점을 기준으로 했고, 승용차는 규정 속도를 준수했다.

시내버스로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46분 35초였다. 승용차로 운행한 결과 40분 33초가 걸렸다. 운행구간 중 담티고개~수성교 9.4㎞ 구간은 버스전용차로가 있었지만, 목적지까지 걸린 시간은 시내버스가 6분 이상 더 길었다.

시내버스와 승용차의 주행 속도는 큰 차이가 없었다. 대신 시내버스가 승객을 태우고 내릴 때마다 시간이 지연되며 승용차에 뒤처졌고, 또 가장자리 차로를 주로 이용하는 탓에 우회전이나 주‧정차 차량의 방해를 받았다.

여기에 시내버스는 운행 시간뿐만 아니라 승차 대기와 도보 이동까지 더하면 승용차보다 15~20분은 더 소요된다. 이 같은 이용 불편은 대중교통 승객이 승용차 등으로 돌아서는 선 이유다.

실제 대구시의 대구사회조사(격년 조사)에 따르면 대중교통(시내버스+도시철도)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2015년 47.8%에서 지난해 35.9%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승용차‧승합차를 꼽은 비율은 36.2%에서 47.0%로 늘었다. 대중교통이 줄어든 만큼 자가용 자동차가 늘어난 것이다.

교통수단 이용률을 세부적으로 보면 2015~2023년 사이 시내버스는 34.9%에서 25.4%로, 도시철도는 12.9%에서 10.5%로 모두 비중이 줄었다. 시내버스의 경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1년 23.2%로 저점을 찍었다가 지난해 소폭 반등했다. 도시철도는 2017년 14.1% 이후 줄곧 하락 흐름을 보였다.

승용차 선호는 도로 교통 체증으로 이어지고, 시내버스의 정시성 확보가 어려워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대구사회조사에서 대중교통 이용 시 문제점으로 '접근성 및 노선 부족'을 꼽은 응답자가 22.8%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6%가 교통체증(통행시간 증가 및 정시성 저하)을 지목했다.

황정훈 미래도시교통연구원장은 "승용차가 다니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놓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하자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4차 순환도로 개통 등 대구 내에서 승용차를 운행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점도 대중교통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4일 대구 북구 연경지구 내 한 버스정류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4일 대구 북구 연경지구 내 한 버스정류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중교통 활성화, 승용차 억제 병행해야"

전문가들은 시내버스 증차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결국 승용차 억제 정책과 환승·연계 체계 개선을 통해 대중교통 수요를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대구의 자가용 수송 분담률은 55.3%로 서울(30.9%)과 부산(49.4%)보다 높았다. 수송 분담률은 육상의 모든 교통수단 수송량 중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승용차 등 자가용의 경우 1대당 수송 인원이 대중교통(버스, 도시철도)보다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대구 도로에서의 승용차 비중은 훨씬 더 높다.

이에 도시 외곽에 환승 거점을 마련해 도심으로의 승용차 유입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대구 외곽에 승용차와 대중교통을 연결하는 환승주차장을 조성함으로써,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면 대구뿐 아니라 경산과 영천 등 경북의 대중교통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도심의 교통체증을 완화하면서 시내버스의 정시성 부족 문제까지 해결하는 선순환 구조도 기대할 수 있다.

서울시의 도봉산역 환승센터와 청량리 환승센터, 구파발역 환승센터 등 도시 외곽에 대규모 주차장을 동반한 환승 거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외부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교통수요를 환승 거점을 통해 승용차에서 대중교통으로 전환할 목적으로 조성됐다.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는 "인근 도시에서 대구로 들어올 때 승용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통해 유입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대구의 경우 2호선 임당역과 3호선 종점 등이 적당한 위치다"며 "승용차 유입을 억제하면 시내버스 경쟁력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대구 도시철도 2호선의 한 역사 내 개찰구가 이용 승객들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10일 오후 대구 도시철도 2호선의 한 역사 내 개찰구가 이용 승객들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함께 살리기

대구시와 대구교통공사는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승용차로 돌아선 시민을 다시 시내버스와 도시철도로 불러들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부터 승용차요일제와 연계한 대중교통 마일리지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주일 중 하루 승용차를 쓰지 않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다. 자체 앱을 통해 차량 운휴를 신청하면 교통비의 80%를 마일리지로 받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에 지난해 1만210대가 참여했다. 이는 등록 승용‧승합차의 0.9%로 참여율은 아직 낮은 편이다.

올해 통합이동서비스(MaaS)도 추진한다.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PM(개인형 이동장치)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을 한 플랫폼에 묶어 이동 수단 간 연계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이용 편의성을 높여 대중교통 수요를 확대한다는 목적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승용차요일제는 올해 1만5천대까지 신청자를 늘리는 게 목표다. MaaS의 경우 실시간 교통상황을 반영해 적절한 교통수단을 안내·결제하는 앱이다. 대중교통 환승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말 광역철도 개통과 연계해 대구경북 공동생활권 대중교통 광역환승제도를 확대 시행한다. 현재 대구와 경산, 영천 등 3곳에 적용하는 무료 환승을 모두 9곳으로 늘린다. 구미와 김천을 비롯해 청도, 고령, 성주, 칠곡 등이 추가로 참여할 예정이다.

대구형 수요응답형교통(DRT)도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대중교통 취약 지역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해 10월 연호역~율하역~의료R&D지구(동구 율암동)를 오가는 45인승 버스 4대를 투입했다. 오는 8월부터는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수성알파시티에 7대(25인승 3대, 16인승 4대)를 추가할 예정이다.

대구교통공사 관계자는 "대구는 인구 감소와 승용차 증가 등 대중교통이 자가용 차와 경쟁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결국 대중교통의 경쟁력을 높여 자가용 이용 시민들을 다시 불러와야만 한다. 이를 위해 버스 노선을 조정하는 한편 도시철도와 연계한 수요응답형 교통을 곳곳에 도입해 이용 편의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내버스 업계에서는 노선 조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운환 대구버스운송사업조합 전무는 "도시철도가 갈 수 없는 취약 지역과 더불어 유동 인구 등 다수 시민의 편의를 고려한 버스노선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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