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0년 기업’ 죽이는 상속세…中企 42% 가업승계 고민

최고세율 50%, 작년 8조5천억 걷혀…“글로벌 기준 맞는 稅 개편을”

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 대구의 한 제조업체 대표는 "기업을 운영하는 자녀들이 현금 수십억원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100년 가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가업승계를 하려면 빚을 계속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기업들이 과도한 상속세로 고통받고 있다. 상속세를 부담하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출을 내거나 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 가업승계가 흔들리면 기업이 사라지고 일자리와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 상속세 완화 등을 통해 기업의 영속성을 지킬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는 이유다.

6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 규모는 8조5천억원에 이른다. 한국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다. 최대 주주 할증과세 시 실제 상속세율은 OECD 38개국 중 가장 높은 60%에 달한다. 상속세는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연도별 상속세를 보면 ▷2019년 2조7천억원 ▷2020년 4조2천억원 ▷2021년 4조9천억원 ▷2022년 19조2천억원에 이른다. 2022년에는 삼성전자 상속세 12조원을 제외하더라도 7조2천억원 규모였다.

앞으로 상속세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1세대 기업인'들이 사망하거나 가업승계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삼성, LG, 한미약품, 효성, 한진 등 대기업 그룹사 상속세만 해도 14조2천억원 규모다. 이들 대부분이 가업을 이어가기 위해 대출을 내거나 자사주 매각, 부동산 매각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무역협회가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인 79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2.2%가 상속세 문제 등을 이유로 가업승계를 하지 않고 매각 또는 폐업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단체들이 상속세 개편에 대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3일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국내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상속세 인하 등 글로벌 기준에 맞춘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6일 '상속세제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통해 "1996년 40%에서 2000년 50%까지 지속 인상된 상속세율을 인하하는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가업승계는 후계자가 선대의 창업 정신과 경영 노하우, 투자계획 등 유무형 자산을 물려받도록 하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면서 "앞으로 상속세 부담 완화, 업종 변경 제한 폐지 등을 통해 가업승계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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