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화성에서 온 경북, 금성에서 온 대구

통합 방식, 명칭, 청사 위치 등 합의안 난제
정치적 이해득실 빼고, 저출생과 지방 소멸 극복 등 오로지 국가적 난제 해결위한 결단 있어야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19층 접견실에서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이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19층 접견실에서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이 '대구·경북 통합 논의 관계기관 간담회'를 갖고 통합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경북도 제공.
임상준 서부지역본부장
임상준 서부지역본부장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다."

성경의 한 구절이다. 하나님은 아담을 잠들게 하고 옆구리에서 갈빗대 하나를 취해 여자를 만든다.

둘은 다시 한 몸(부부)이 된다.

세기 초 쓰인 한 바이블(?)에서 남녀는 재차 등장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남녀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해하는 데 정확한 정보와 지침을 줘 '남녀 관계에서의 성경'으로 통한다.

책에서는 남녀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라고 조언한다. 성별 갈등은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지 못하는 것에서 나온다. 상대를 자신에게 맞게 변화시키려거나 맞서는 대신 차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화남금녀'의 금과옥조다.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통합의 잰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매일신문 대구경북 국회의원 당선인 대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경북 통합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동의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4일에는 역사적 첫 걸음도 뗐다.

홍 시장, 이 도지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구경북 통합 논의 관계기관 간담회'를 갖고, 행정통합 필요성과 추진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통합을 위한 특별법을 연내에 만들고 2026년 7월 1일 통합 자치단체를 출범시킨다는 로드맵이 제시됐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우선 500만 시·도민이 공감할 수 있는 통합 방안을 마련하고 시·도의회 의결을 거쳐 연말까지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구와 경북이 합치면 인구 492만 명, 면적 1만9천921㎢의 광역 경제권이 탄생하게 된다. 지역내총생산(GRDP)도 2022년 기준 178조원에 달하는 등 인구와 총생산 모두 경기, 서울에 이어 세 번째다.

통합 자치단체가 출범하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수도권과도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경북 통합을 지방행정 체제가 전부 개편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통합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통합 명칭에서부터 방식, 청사 위치 등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를 어떻게 요리할 것인지 잘 따져야 한다.

배려와 존중은 기본이다.

어느 한쪽의 일방향 독주와 흡수 통합론은 '함께 하나 됨'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이해와 준비 없이 물리적 결합만을 서두른다면 식장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빠이~빠이~'다.

이철우 도지사가 "대구와 경북이 서로 양보해 잘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통합 명칭과 청사 위치는 좀 더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특히 정치적 계산은 반드시 빼내야 한다.

자칫 정치의 이해득실에 따라 통합 논의가 여론전 혹은 선동 거리로 악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큰 걸음에는 반드시 숭고한 희생과 헌신이 뒤따르는 법이다.

정치가 오로지 시도민과 국가를 위해 '멸사봉공'의 자세를 가질 때 통합의 진정성은 담보되고 추진 동력이 생긴다.

경북의 갈빗대에서 대구를 낳았다.

경북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일자리와 교육을 찾아 대구로 갔고 오늘날 대구를 키웠다. 하지만 행정 체계와 정치, 문화 등 여러 면에서 경북과 대구는 차이가 존재한다. 둘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어쩌면 대구경북 통합의 첫걸음은 '화성에서 온 경북, 금성에서 온 대구'부터 인식하는 데서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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