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다."
성경의 한 구절이다. 하나님은 아담을 잠들게 하고 옆구리에서 갈빗대 하나를 취해 여자를 만든다.
둘은 다시 한 몸(부부)이 된다.
세기 초 쓰인 한 바이블(?)에서 남녀는 재차 등장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남녀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해하는 데 정확한 정보와 지침을 줘 '남녀 관계에서의 성경'으로 통한다.
책에서는 남녀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라고 조언한다. 성별 갈등은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지 못하는 것에서 나온다. 상대를 자신에게 맞게 변화시키려거나 맞서는 대신 차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화남금녀'의 금과옥조다.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통합의 잰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매일신문 대구경북 국회의원 당선인 대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경북 통합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동의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4일에는 역사적 첫 걸음도 뗐다.
홍 시장, 이 도지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구경북 통합 논의 관계기관 간담회'를 갖고, 행정통합 필요성과 추진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통합을 위한 특별법을 연내에 만들고 2026년 7월 1일 통합 자치단체를 출범시킨다는 로드맵이 제시됐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우선 500만 시·도민이 공감할 수 있는 통합 방안을 마련하고 시·도의회 의결을 거쳐 연말까지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구와 경북이 합치면 인구 492만 명, 면적 1만9천921㎢의 광역 경제권이 탄생하게 된다. 지역내총생산(GRDP)도 2022년 기준 178조원에 달하는 등 인구와 총생산 모두 경기, 서울에 이어 세 번째다.
통합 자치단체가 출범하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수도권과도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경북 통합을 지방행정 체제가 전부 개편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통합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통합 명칭에서부터 방식, 청사 위치 등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를 어떻게 요리할 것인지 잘 따져야 한다.
배려와 존중은 기본이다.
어느 한쪽의 일방향 독주와 흡수 통합론은 '함께 하나 됨'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이해와 준비 없이 물리적 결합만을 서두른다면 식장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빠이~빠이~'다.
이철우 도지사가 "대구와 경북이 서로 양보해 잘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통합 명칭과 청사 위치는 좀 더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특히 정치적 계산은 반드시 빼내야 한다.
자칫 정치의 이해득실에 따라 통합 논의가 여론전 혹은 선동 거리로 악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큰 걸음에는 반드시 숭고한 희생과 헌신이 뒤따르는 법이다.
정치가 오로지 시도민과 국가를 위해 '멸사봉공'의 자세를 가질 때 통합의 진정성은 담보되고 추진 동력이 생긴다.
경북의 갈빗대에서 대구를 낳았다.
경북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일자리와 교육을 찾아 대구로 갔고 오늘날 대구를 키웠다. 하지만 행정 체계와 정치, 문화 등 여러 면에서 경북과 대구는 차이가 존재한다. 둘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 어쩌면 대구경북 통합의 첫걸음은 '화성에서 온 경북, 금성에서 온 대구'부터 인식하는 데서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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