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_지 프로젝트'의 프레젠테이션 '정확히 낯선 것, 예상하지 못한 것, 기이한 것'이 미술중심공간 보물섬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2024년부터 2026년에 걸친 '저수_지 프로젝트'의 첫 출발점으로, 배지오, 조율 작가의 작품이 소개된다.
전시의 형식을 빌렸지만, 전시가 아닌, 그동안의 작품을 선보이는 프레젠테이션이라는 형식이 독특하다. 이는 진한 치장과 요란한 몸짓, 과도한 설정과 교조로 가득 차 부풀려지고 무의미해진 전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녹아있다.
최성규 미술중심공간 보물섬 대표는 "프레젠테이션은 전시보다 발표자와 발표를 듣는 이 사이의 간극을 좁히며, 작가의 작품에 대한 재해석의 기회가 직접적으로 마련되길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며 "프레젠테이션은 마지막 순간에서 스스로 부풀리거나 쌓기를 멈추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레젠테이션의 주제인 '정확히 낯선 것, 예상하지 못한 것, 기이한 것'은 영국 문화예술 비평가 마크 피셔의 저서 '자본주의 리얼리즘'에 나오는 문구다. "가장 강력한 형태의 욕망은, 사람들에게 이미 그들을 만족시켜 주고 있는 것과는 다른 뭔가를 제공할 준비가 돼있는 낯선 것, 예상하지 못한 것, 기이한 것이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이처럼 자본주의가 만든 기이한 지형 속, 3년간의 프로젝트 과정을 거쳐나갈 작가들의 출발이자 선언과도 같다.
다양한 매체와 재료를 사용하는 배지오 작가는 2009년~2024년의 작품을 '프레젠테이션 벽'이라고 명명한 구조물에 배열했다. 작품들은 정체성, 사라짐, 자연, 어린 시절, 이동하는 집 등 그가 중요하게 뽑은 5가지의 주제로 선택됐다.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동에 대한 개인의 서사와 그 부산물에 대한 작업을 볼 수 있다.
조율 작가의 프레젠테이션은 소형 카메라를 장착한 유목 로봇이 청도의 시골 마을에 파견돼, 낯선 존재로서의 시선으로 마을을 탐사하는 여정을 담은 '유목 로봇과 현리리'(2020)에서부터 시작된다. 지역에 소비되는 방식과 변화하는 정체성, 새로운 유입 인구와 기존 주민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괴리를 은유한다.
또한 작가의 외할머니가 40년간 살아온 주택이 재개발로 사라지기 전 가족들과 옛집을 찾아 나선 하루를 기록한 로드무비 '흰 가벽 너머에는', 작가가 살고 있는 서울 은평구 구도심의 정서를 담은 이미지 등 타고난 관찰자의 면모를 지닌 작가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시각예술 창작주체 지원으로 구현된 프레젠테이션은 오는 30일까지 이어진다. 월, 화는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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