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행 가해자들의 유튜버 고소 예상됐다 "가해자→피해자 지위로 만들어줘"

2004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발생 당시 경찰 조사 현장. YTN 보도 화면 캡처

2004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최근 '나락보관소'를 비롯한 유튜브 채널들이 가해자 등의 신상을 경쟁적으로 폭로하고 있는 가운데, 7일 이들 중 일부의 유튜브 채널 고소 사실도 알려졌다.

▶이날 경찰 등에 따르면 경남경찰청은 사건 가해자 신상 폭로 유튜브 채널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모두 5건의 고소장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가해자로 지목된 후 직장에서 해고된 남성, 가해자의 여자친구라고 잘못 알려진 여성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같은 다수의 고소에 대해서는 바로 전날인 6일 방송된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어 시선이 향한다.

방송에서는 "지금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신상 폭로) 유튜버들의 자경단적 성격,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이은의 변호사가 "결국 가해자들을 피해자 지위로 만들어주게 된다. 사실 정통망법상 명예훼손에는 당연히 걸리는 것이고, 민형사상 책임이 다 있는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신 유튜버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괜찮아, 나 조회수 올려가지고 돈 벌었으니까'"라고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위해 명예훼손 민형사상 책임을 감수하는 의도가 있다고 추정했다.

이은의 변호사는 "그런 부분들(유튜브 영상을 통한 가해자 신상 폭로)이 피해자한테 결국 무슨 도움을 줬나를 생각해 보면, 결국 이런 (상황) 속에서 가장 이익을 보는 건 결국 그 유튜버"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가해자들은 더더욱 숨고 더더욱 자기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상황이 될 것이다. 정작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 분들은 더 고통을 받게 된다. 초점은 피해자 보호, 시스템 점검으로 가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은의 변호사는 가해자들이 피해자 신분까지 갖게 되는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결국 가해자가 '나는 사실 그때(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관련) 사법부에서 처벌도 안 받았는데, 내가 억울하게 연루돼 지금도 여태까지 반성을 안 한다는 등 그런 소리를 해(들어)왔는데, 여기에 피해자(유튜버들의 신상 폭로에 따른 명예훼손 등) 신분까지 갖게 되는 것이다. 소위 말해 '나는 억울한 성범죄자다' 이런 지위를 주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은의 변호사는 특히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 5일 "유튜브 채널에서 사건 피해자 측의 동의를 구했다고 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피해자의 일상 회복, 피해자의 의사 존중과 거리가 먼, 갑자기 등장한 일방적 영상 업로드와 조회 수 경주에 당황스러움과 우려를 표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을 가리키며 "지금 인터넷만 켜면, 텔레비전만 열면 자기(피해자) 사건 얘기를 하고 있다. 피해자는 그 당시에도 이미 심각하게 우울증 등 증상을 앓아서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치료를 받은 그런 이력이 있었다. 피해자를 편안하게 해주고 보호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