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대한의사협회 전·현직 회장의 관심이 한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로 향했다.
환자를 다치게 한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의사 A씨에 대해 2심 재판부가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원심을 확정한 것인데, 재판부가 혐의 자체를 잘못 판단했다는 지적에 더해 판사 얼굴도 공개하며 쓴소리를 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20일부터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은 의료인에 대해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일명 '의료인 면허취소법'을 강조, 재판부의 '오심'이 발생할 경우 의료인들이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강조한 뉘앙스이다.
▶이날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창원지법 형사3-2부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60대 의사 A씨와 관련해 피고인 및 검사 쌍방 항소를 기각,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1월 경남 거제시 소재 한 의원에서 근무하던 중 내원한 80대 B씨에게 멕페란 주사액(2ml)을 투여했다.
이어 전신쇠약과 발음장애, 파킨슨병 악화 등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지난 2020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었다.
멕페란 주사액은 메토클로프라미드 염산염수화물 성분으로 구성됐으며, 구역과 구토 등의 증상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다.
▶그런데 이 의약품에 대해서는 파킨슨병 환자 관련 업무상 주의 의무가 존재한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투여시 파킨슨병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고, 특히 고령자에게는 신중한 투여가 권고되기 때문에 환자의 기왕력(병력)에 파킨슨병이 포함되는지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얘기다.
1심 재판부는 이같은 업무상 주의 의무에도 불구하고 A씨가 B씨에게 멕페란 주사액을 투여, 다치게 해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진료에 관해서는 의사의 의학적 지식 등의 우위가 전제되는 것이므로 의사로서는 먼저 환자의 병상과 기왕력 등 환자로부터 진료에 필요한 사항을 적절히 끄집어내야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면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멕페란 주사를 처방하면서 파킨슨병의 기왕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로 인해 상해의 결과가 발생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A씨와 변호인은 "피고인은 의사로서 문진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으므로 업무상 과실이 없다. 설령 업무상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피해자에게 발생한 상해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 사실 오인과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기왕력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멕페란 주사액을 투여한 것은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이며 이에 따른 상해 역시 인정된다"면서 "이와 같이 판단한 원심에는 잘못이 없어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한 피고인과 검사의(양측 모두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과 관련해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50분쯤 페이스북에 "오늘도 필수의료 때려잡느라 열일(열심히 일)을 하고 계신 사법부 판사님들"이라고 시작하는 글을 적었다.
그는 "전신쇠약과 발음장애를 가져온 것은 맥페란인가? 아니면 파킨슨인가?"라고 물으며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데 따른 '오심' 가능성을 가리켰다.
이어 "필수의료는 보복부('보건복지부'에 대해 주로 의료계에서 쓰는 멸칭) 공무원들과 판사들에 의해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어왔는데, 낭떠러지 앞에서 이르렀을 때 윤석열(대통령)이 나타나 밀어버리는 상황"이라고 최근 벌어진 의사 증원 및 이에 대한 의사들의 집단행동 상황을 가미한 비유도 했다.
노환규 전 회장은 또 "2023년 11월 20일 이후에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서는 범죄의 유형과 무관하게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면허가 취소되기 때문에 향후 어떤 의사라도 위와 동일한 판결을 받게 된다면 의사면허가 즉시 취소된다"면서 "상황이 이런데도 과연 의사들이 필수의료의 자리를 지키려고 할까?"라고 물었다.
실은 1시간여 앞선 오후 2시 15분쯤 임현택 현 의협 회장도 해당 판결을 페이스북으로 언급했는데, 과거 방송 뉴스에 등장했던 재판부 판사의 얼굴 사진을 첨부했다.
임현택 회장은 "이번에 환자 치료 결과가 안 좋다고 의사에게 금고 10월에 집유 2년 준 여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여자와 가족이 병·의원에 올 때 병 종류에 무관하게 의사 양심이 아니라 반드시 '심평원 심사규정'에 맞게 치료해 주시길 바란다"고 동료 의사들에게 부탁했다.
임현택 회장은 좀 더 앞선 오후 2시 6분쯤엔 페이스북에 해당 판사의 소속 법원 및 실명을 적고는 "이 여자 제 정신입니까?"라고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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