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프리카나 백두산에 가지 않고도 코끼리와 호랑이, 사자를 보고 신기해하며 탄성을 질렀던 달성공원. 요즘은 동물 구경보다 공원 가장자리 둘레길을 걷는 이들이 더 많다. 이 둘레길이 바로 성곽이다. 달성공원이 '동물원을 보유한 공원' 훨씬 이전에 세운 토성 터이자, 대구의 뿌리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달성(達城)은 200~300년대 삼한(진한)시대 쌓은 토성.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성곽 터 중 하나다. 달성이란 이름은 대구의 옛 지명인 '달구벌(達句伐)' '달불(達佛)' 등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달성토성을 근거로 한 삼한시대 소국(달구벌국)은 신라에 병합된 뒤 군사 요충지로 사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 공양왕 2년(1390년)에 이 토성에 돌을 받쳐 쌓았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선조 29년(1596년) 임진왜란 중에는 석축을 더해 경상감영을 두기도 했다.
달성이 달구벌의 뿌리라는 역사적 사실이 점차 잊히게 된 것은 일제가 1905년 달성 안에 신사(神社)를 세우고 공원을 조성하면서부터다. 세월이 흘러 1969년 대구시는 여기에 달성공원을 개원하고, 이듬해 동물원을 조성하면서 '달성' '달성토성'이란 본이름을 잃게 된 셈이다. 달성이 달구벌국 최초의 성곽이라면 달구벌국 지배층 무덤은 달성 바로 남서쪽(서구 비산4동, 내당2·3동) 일대 '달성고분군'이다. 이 고분군은 조선총독부(1923년 10월), 경북대박물관(1998년 5월), 영남대박물관(1999년 11월) 등의 세 차례 발굴 조사에서 실체가 드러났다. 여기엔 200~500년대 달구벌 중심 세력의 지배층 무덤 87기가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달성 일대가 대구 사람들이 최초로 정착했던 터이고, 달성고분군에 묻힌 주인공이 달구벌국 최초의 대구 사람들인 셈이다.
대구시와 대구도시개발공사가 지난달 8일 수성구 삼덕동 부지에서 '대구대공원' 기공식을 열었다. 대구대공원에는 185만㎡ 부지에 달성공원에서 이전하는 동물원을 비롯해 반려동물테마파크, 산림레포츠시설, 공공임대주택, 공공시설 등이 들어선다. 2027년 준공 예정이다. 대구의 원류이자, 뿌리인 달성이 동물원 이전으로 약 120년 만에 제 모습과 본래의 역사를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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