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 '캣퍼슨'…설레는 첫 만남이 데이트 폭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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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캣퍼슨'. 연합뉴스

수재나 포겔 감독의 신작 영화 '캣퍼슨'은 설렘으로 시작한 남녀의 만남이 데이트 폭력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여성의 시각에서 그려낸 스릴러다.

주인공 마고(에밀리아 존스 분)는 고전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극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스무 살 대학생이다. 마고는 종종 혼자서 극장을 찾는 훤칠한 로버트(니컬러스 브라운)에게 눈길이 가고, 팝콘을 팔면서 슬며시 말도 걸어 본다. 처음엔 별 반응이 없던 로버트가 어느 날 불쑥 마고에게 전화번호를 물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된다.

얼굴을 맞대고 하는 대화 못지않게 문자메시지로 마음을 주고받는 두 사람은 MZ 세대의 연애를 잘 보여준다. 문자메시지만 봐선 둘은 급속히 연인으로 발전한 듯하지만, 현실의 데이트는 그렇지 않다.

남성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마고에게 로버트의 조심성 없는 행동은 불안감을 자극하고, 그의 나이가 열세 살이나 많은 탓인지 취향도 맞지 않는다. 마고의 감정은 설렘에서 실망을 거쳐 공포로 나아간다.

영화는 마고의 복잡한 심리를 재밌는 방법으로 그려낸다. 데이트가 실망스러웠는데도 로버트의 집까지 간 마고에게 또 다른 마고가 나타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라고 다그친다. 마고의 내적 갈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식어버린 관계를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마고의 심리는 단짝 친구 테일러(제럴딘 비스워너던)와의 대화에서 드러난다.

'캣퍼슨'은 여성의 시각에서 풀어낸 이야기인 만큼 여성 관객의 깊은 공감을 끌어낼 만하다. 마고의 불안감과 공포는 에밀리아 존스의 커다란 눈에 고스란히 담긴다. 여덟 살에 아역배우로 출발한 존스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영화로는 처음으로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코다'(2021)에서 주목받았다.

니컬러스 브라운은 연애에 서투르고 의문을 자아내는 로버트를 연기하면서 극의 긴장감을 끌어간다.

'캣퍼슨'은 2017년 미국 시사교양지 뉴요커 온라인판에 실린 동명의 단편소설이 원작이다. 이 소설은 당시 '미투' 운동의 흐름과 맞물려 450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포겔 감독의 전작으로는 '나를 차버린 스파이'(2018)가 있다. 그는 '캣퍼슨'에 대해 "데이트 폭력에 관한 영화라기보다는 그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남녀 간 미묘한 역학관계에 관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19일 개봉. 118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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