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멋진 철도역을 보고 놀라게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유럽 대도시 철도역의 외관과 내부 공간은 그 도시의 역사와 발전을 보여주며 그 자체만으로 볼거리다. 산업혁명이 만들어 낸 철도역은 당시로는 보기 드문 공공건물 중의 하나였으며 사회적 계층과 관계없이 모두가 드나들 수 있었다.
특히 현대 철도의 탄생지인 영국에서 철도역들은 깊은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으며, 한 도시의 관문으로 외부 세계와 도시를 연결함으로써 도시 마케팅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철도역은 도시 삶의 일부로써 외관과 내부 공간은 그 도시에 대한 외부의 인식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오늘날 유럽이나 가까운 일본의 철도역은 기차를 타기 위한 도구적 목적을 뛰어넘어 다양한 기능을 한다. 또 고속철도의 발전으로 인해 철도역이 생겨나고, 역세권 지역은 점차 도시의 부도심 역할을 한다. 도시에서 그 역할이 커지는 철도역은 점차 다양한 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며, 때로는 사람들에게 재미와 활력을 제공하는 공간으로서 역할도 한다. 철도역의 거대한 중앙홀과 광장은 문명화된 삶을 살게 하는 구분된 공간으로, 이곳에서 사람들은 쇼핑하고, 친구를 만나고, 밥을 먹고, 도서관이 있어 책을 읽거나, 심지어 사우나를 즐기는 등 이동 목적 외의 활동들을 즐긴다. 따라서 철도역의 건축과 장식은 사회가 철도역에 기대하는 다양한 기능을 반영해야 하며, 지금보다 더 지역사회 내로 통합되어야 하고,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특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이는 철도역이 도시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현재를 상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철도역의 다양한 기능을 잘 보여주고 있는 예를 가까운 일본의 여러 철도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중 하나인 교토역 건물은 네 번째 지어진 건물로, 이전의 건물이 너무 볼품이 없어 허물고 다시 지어 1997년에 문을 연 것이다. 이 건물은 공간 자체가 현대 미술 작품으로 뛰어난 건축미를 자랑하며 역사 안에 호텔, 백화점, 라면 테마파크, 쇼핑몰, 뮤지컬 극장, 박물관, 식당가 등이 있고, 4층부터 옥상까지 연결된 171개의 야외계단은 1만5천개의 LED 조명을 이용해 다양한 시각 예술을 표현하고 있어서 가히 철도역이 아닌 문화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교토역에 갔을 때 동대구역을 비교한 적이 있다. 물론 GDP(지역 내 총생산액)가 대구의 두 배가 넘는 교토부와 대구시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면 안 되겠지만, 동대구역이 참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철도역은 선로와 플랫폼을 제외하면 역 건물과 그 앞의 광장으로 구성된다. 보통 건물 앞에는 광장이 있으며 원활한 동선을 위해 광장, 중앙홀, 그리고 내부의 다른 건축 공간의 순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광장은 사람들의 이동과 연계 교통의 분산, 대중들의 레크리에이션 공간, 시각 예술적 효과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시각 예술적 효과의 관점에서 보면, 개인적으로는 동대구역 광장이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몇 년 전에 거액을 들여 동대구역 광장을 고쳤다곤 하지만, 상징 조형물에다 여러 가지 구조물이 어울리지 않게 설치되는 바람에 광장을 보면 개방감이 없이 그저 답답하게만 여겨진다. 동대구역 광장이 대구의 현재를 상징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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