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기부터 오늘날까지 대구 음악의 토대를 닦고 터전을 일궈온 성악가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작은 전시가 대구예술발전소 3층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 열린수장고에서 열리고 있다.
대구시가 문화예술아카이브 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집한 자료들 중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까지 대구의 음악적 토대를 닦아온 성악가들의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 40여 점을 선별해 전시하고 있다.
대구의 음악인들은 일찌감치 '최초'의 독창회, 한국인 '최초' 우승기록 등 다양한 '최초'를 기록했다. 대구대남학교와 계성학교를 졸업한 현제명과 대구신명학교 출신의 추애경은 1930년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전미(全美) 음악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대구대남학교 출신의 김문보는 한국인 최초의 바리톤으로 대구에서 부인과 함께 최초로 부부 음악회를 열었고, 성악가이자 작곡가 권태호는 대구에서 한국인 최초 독창회를 열었다. 전시장에서는 이들의 활동을 신문 기사와 사진, 팸플릿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들 다음 세대 음악인들의 활동도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고(故) 바리톤 이점희, 테너 김금환, 김원경, 홍춘선, 소프라노 한은재를 비롯해 바리톤 남세진, 소프라노 박말순, 김귀자 등 원로음악인들은 1970~80년대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국립예술단체의 주역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당시 주역은 대구에서 캐스팅하는 것이 당연했고 이들의 활동을 지켜보는 후배 음악가들은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사진과 영상, 팸플릿, 신문 기사 등의 자료들을 통해 이들의 젊은 시절부터 전성기까지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탄탄한 실력을 갖춘 대구 음악인들의 꿈은 종합예술인 오페라를 직접 제작해서 무대에 올리는 것이었다.
대구의 전문 음악인들이 만든 최초의 오페라는 '토스카'(1973)로, 대구오페라협회가 제작하고 김금환이 연출을 맡았으며 대구시립교향악단(지휘 이기홍), 이점희, 남세진, 이근화, 김찬기, 홍춘선, 박말순 등이 출연했다. 젊은 음악인들을 돕기위해 현대미술가 이묘춘이 무대미술, 연극인 이필동이 무대감독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토스카 역으로 출연했던 소프라노 박말순은 힘들었던 제작 환경을 "당시 열정은 넘쳤지만 공연 과정에 고생을 많이 해서 오페라가 아니라 '고(苦)페라'였다"고 회고했다.
원로음악인 남세진(1933~), 박말순(1939~), 김귀자(1941~)가 구술 영상을 통해 옛 음악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며, 한국 최초로 고희(古稀) 기념 음악회를 연 바리톤 이점희의 '고희 기념 음악회' 영상과 작곡가 김진균 정년퇴임 기념 음악회 영상을 통해 대구성악가들의 전성기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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