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인 양재 지점에서 회귀하도록 하겠습니다."
10일 오전 11시 57분 S-76 헬리콥터 기내에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출발 장소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헬기장 헬리패드(이착륙장)에서 헬기가 이륙한지 겨우 3분이 지났을 때였다. 한강 위로 뜬 헬기는 상공을 시속 160㎞로 가로지르더니 단 7분만에 이륙 지점으로 되돌아왔다. 왕복 비행을 하는 동안 거쳐간 항로는 직선거리 기준 14㎞. 차량으론 1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다.
오는 19일 국내 첫 '헬기 택시'가 선보인다. 평균 2시간 이상 소요되는 서울 강남에서 인천공항까지 20분 만에 이동하는 '속도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헬기 택시를 통해 도심항공교통 서비스가 대구경북(TK)신공항 개항 이후 대구 도심에서 신공항까지 접근성을 얼마나 향상시킬지 미리 점쳐봤다.
◆서울 강남~인천공항 20분만에 간다
지난 10일 소형항공운송 서비스 플랫폼업체 모비에이션은 언론에 국내 첫 '헬기 택시' 서비스인 본에어(VONAER)를 선보였다.
정식 명칭은 'VON 루틴서비스'로 헬기로 서울 강남~인천공항을 20분만에 오갈 수 있는 서비스다. 정식 서비스는 이달 19일부터 개시되며 예약은 본에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가능하다. 가격은 1인 편도 기준 44만원이다.
이날 행사에선 강남~인천공항 노선의 일부 구간인 '잠실헬기장'에서 서초구 양재동 '만남의 광장'까지 헬기가 왕복 운항됐다. 도착지는 출발지점에서 직선거리로 7㎞ 떨어져 있는 곳이다.
S-76 헬기에 오르기 전 안전 확인 절차를 거치고 기장·부기장, 정비사를 포함해 총 10명이 올라탔다. 탑승자 전원이 안전벨트와 헤드셋을 착용하자 헬리패드에 서 있던 헬기가 오전 11시 54분쯤 굉음과 거센 바람을 내며 이륙하기 시작했다. 이착륙시 소음은 75~85㏈로 일반 도시 소음(65㏈)보다 높았지만 대화는 가능한 정도였다.
기체 내부는 12명까지 탈 수 있는 크기, 좌석 옆에는 소음을 막기 위한 여분의 귀마개가 비치돼 있었다.
헬기는 한강 위로 떠올라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서울 '노른자 땅'을 가로질러 비행했다. 항로를 비행하는 동안 흔들림은 있었지만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동승한 이미현 모비에이션 부사장은 "한국에선 소형항공을 이용한 고객 탑승 서비스가 낯설지만 미국 등에선 상용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늘 아래서 내려다본 서울 풍경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헬기는 도착 지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륙한지 6분쯤 지나자 정비사는 "착륙까지 1분 남았다"고 탑승자들에게 안내했다. 이륙부터 헬리패드로 다시 착륙하기까지 걸린 비행시간은 고작 10분 정도였다. 헬기가 출발 지점에 착륙하자 인근을 지나던 행인들은 신기한듯 가던 길을 멈춰서서 쳐다보기도 했다.
◆대구 도심~신공항 '에어택시'로 '20분 컷' 가능할까
비약적인 속도를 자랑하는 '헬기 택시'의 등장으로 도심 내 이동시간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도심 도로 정체 걱정없는 '하늘길'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지상 위 교통수단 대안으로 항공교통이 상용화되는 시대다.
신민 모비에이션 대표는 "소형항공운송 서비스를 시작으로 전동수직이착륙기체(eVTOL)와 전동비행기를 이용해 범용항공기 서비스 산업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시도 TK신공항 개항시기인 2029년에 맞춰 지방 최초로 도심항공교통(UAM) 상용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 상공에 '헬기 택시'가 떠올랐듯이 5년 뒤면 대구 도심에도 하늘길을 다니는 UAM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대구시는 동대구역 등 대구시내 주요 거점에서 신공항까지 20분이면 접근이 가능하도록 '에어택시'인 UAM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UAM이 뜨는 버티포트(이착륙장)는 동대구역, 서대구역, K-2후적지, 시청신청사, 5군지사 등 다섯 곳에서 우선 추진 중이다. 이 지점들과 TK신공항 간 거리는 평균 50㎞ 내외로, 시속 150㎞ 정도로 비행하는 UAM이 도입되면 대구 도심에서 TK신공항까지 20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시는 이용수요 조사 등을 통해 버티포트 입지분석을 추진하고 상용화를 위한 준비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신공항 개항 시기에 맞춰 2029년 운항을 추진 중이며 버티포트 입지분석 등을 거친 후 신공항과 연결하는 노선을 구축할 것"이라며 "실제로 운항하게 될 시점이면 기술개발이 고도화돼 UAM 비행 속도도 지금 예측하는 것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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