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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고 신서혁신도시 이전 안개 속… 한번 늦춘 2025년 개교 일정도 못 지킨다

개교시점 1년 이상 더 늦어질 걸로 판단, 행정절차 밟는 중
혁신도시 이전부지 살 돈 마련하려면 현 부지 팔려야 하는데
이전 결정 직후 부동산 시장 급랭… 유찰 계속돼
부동산 전문가 "당분간 매각 어려워, 수년 더 걸릴 수도…"
일반계고 없는 혁신도시 정주환경 개선 요원

신서혁신도시 내 정동고 이전예정지 동구 숙천동 389. 매일신문DB
신서혁신도시 내 정동고 이전예정지 동구 숙천동 389. 매일신문DB

신서혁신도시로의 이전을 추진 중인 정동고가 지난해 들어 연기한 개교시점 '2025년'도 결국 지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 학교부지 매각이 풀리지 않아서인데, 부동산 시장 침체와 건축비 상승문제가 맞물리면서 상황이 더 장기화 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정동고 호산교육재단(이하 재단)에 따르면 재단 측은 이달 중 대구시교육청에 이전 예정일자를 당초 2025년 3월 1일에서 더 늦추기로 하고 관련 행정절차를 밟는 중이다. 재단 측은 혁신도시 이전이 아무리 빨라도 2026년 3월 이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이전 의지는 여전하다면서도 "현재 부지가 팔려야 그 돈으로 혁신도시 부지를 사고 건물도 지을 텐데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혁신도시 내 이전 부지(1만4천280㎡·동구 숙천동 389번지 일원) 매입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정동고는 현재 부지(6만1천791㎡·동구 용계동 산32 일원)가 필리지 않는 이상 이전이 사실상 어렵다.

2021년 학교 이전 발표 당시 2024년 개교를 목표로 했던 정동고는 그 동안 현 부지를 매각하기 위해 네 차례나 입찰 공고를 올렸으나 모두 유찰됐다. 지난해 6월 451억여원의 최저입찰가는 4차에 429억여원까지 떨어졌으나 매번 유찰됐고, 지난해 6월 29일 이후로는 입찰공고조차 올라오지 않고 있다.

지역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부동산 경기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아 부지매각 시점도 예측이 어렵다. 이전 결정 당시에는 유효하던 용계동 식품산업클러스터 조성 계획 역시 백지화된 상황에서 실질적으로는 대구공항 일대가 개발되는 'TK신공항' 개항 이후에야 정동고 이전이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근까지도 혁신도시 지역 사회에선 정동고 이전을 바라는 주민들의 여론이 뜨거운 동시에, 동구청이 혁신도시 일반계고 유치에 속도전을 펼치지 못한 게 결과적으로 아쉽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반계 고등학교의 부재는 신서혁신도시 정주여건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손꼽히는 실정이다.

신서혁신도시 한 입주민은 "예정된 인프라들이 빨래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 큰데, 정동고 이전은 지지부진해 답답하다. 내년이면 벌써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는데 아직도 고등학교 문제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대구 동구청 관계자는 "정동고 이전과 관련해서는 계속해서 재단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 지자체에서 도울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며 "학교 이전 자체가 지자체에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했다.

대구 정동고등학교의 이전 예정지 위치도.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 정동고등학교의 이전 예정지 위치도. 대구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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