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일만항·TK신공항 양날개, 1조 달러 글로벌 환동해 중심 도약

동해중부선 포항~삼척 1시간 내 이동…영일만 횡단 고속도, 물류 중추 역할
석유·가스개발 사업發 확장 기대감…교통 인프라 대변혁, 4차 산업 혁명 시너지

포항 유전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영일만항이
포항 유전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영일만항이 '북극항로'의 거점항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3일 영일만항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5대 강국이 각축전을 벌이는 환동해권은 1억5천만명이 넘는 인구와 함께 1조 달러에 육박하는 경제 규모를 지닌 거대 시장이다.

영일만항과 대구경북(TK)신공항은 경북 동해안권이 글로벌 환동해 중심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성장·발전의 발판이 되고 있다.

영일만항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적 악재로 최악의 물동량을 기록했던 2022년을 기점으로 지난해부터 반등세로 돌아섰다. 이달 초 정부가 올 연말부터 영일만 앞바다 석유·가스 개발 사업에 들어간다고 깜짝 발표하면서 영일만항 확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5년 후에는 대구경북 발전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통하는 TK신공항까지 개항한다.

여기에 동해안 연결 철도 완전 개통은 유라시아 대륙 간 연결의 시·종착점이 되고, 경북 동해안의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는 있는 2차전지·바이오·소형모듈원전(SMR) 등 신규 먹거리는 '부국(富國)' 과 '보국(報國)'으로 가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동해선 노선도. 경북도 제공
동해선 노선도. 경북도 제공

◆교통 인프라 대변혁

환동해 발전을 이끌 철도·도로, 공항·항만 등 SOC 시설 구축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여객·물류 운송 등을 통한 경제적 효과, 관광객 유입 등 지역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인프라가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올 연말 개통 예정인 동해중부선(경북 포항~강원 삼척 166.3km) 구간은 포화 상태인 국도 7호선의 보완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해안 지역 유일한 간선도로망인 7번 국도는 관광객 뿐 아니라 포항, 부산·울산 등의 산업 물동량 증가로 인해 심각한 교통 정체를 보이고 있다.

현재 계획단계 수준인 동해안 에너지산업 벨트와 국토 중부권을 잇는 동서횡단철도(충남 서산~울진, 322.4km) 건설이 이뤄지면 철도를 이용한 동해안 접근성은 더욱 향상된다. 이 구간의 경우엔 경북도와 충남·북도의 도청 소재지를 각각 연결하게 돼 새로운 광역 행정축도 형성될 수 있다. 경북도는 지난 2월 제5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이 구간 건설을 신규 사업으로 반영해 줄 것을 건의하는 등 사업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수십 년 간 지역 숙원 사업이었던 영일만 횡단 고속도로(영일만 대교, 포항 북구 흥해~ 남구 동해, 18km) 건설은 그간 'L자형'이었던 국가 도로망의 완전한 연결을 의미한다. 영일만 대교 건설은 포항에만 3조2천억원에 달하는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예상될 뿐 아니라 환동해 지역의 물류·여객 수송의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하반기 준공(예정), 2026년 1월 개항 목표인 울릉공항은 울릉(독도) 관광의 새 지평을 연다. 활주로 길이 1.2km에 불과한 소형 공항이지만 서울에서의 이동시간이 1시간 내외로 크게 단축돼 수도권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울릉도 입도 관광객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에도 46만명을 기록했다.

국제여객부두(2020년 11월)와 국제여객터미널(2023년 12월) 등 크루즈 기반시설이 구축된 영일만항은 북극항로 개발 등 바닷길을 통해 세계로 나간다. 경북도는 올 연말 영일만항 국제여객부두를 출발하는 크루즈 유치를 추진 중이다. 대상 선박은 수용인원 4천800여명에 달하는 대형 선박으로 경북도는 국제 크루즈 모항 유치를 통한 지역 관광 활성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

영일만항은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이 6만6천975TEU로 2022년(5만8천697TEU) 대비 14.1% 늘었다. 연간 14만TEU 이상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기록했던 2010년대 초반과 비교했을 때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대내외 악재를 딛고 반등세를 보인 점은 앞으로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특히, 포항 영일만 앞 바다에 석유·천연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대되면서 최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영일만항 확장 등에 대한 미래 청사진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드론으로 촬영한 포항 영일만일반산업단지 1·4 단지 전경. 포항시 제공
드론으로 촬영한 포항 영일만일반산업단지 1·4 단지 전경. 포항시 제공

◆경북 동해안발 4차 산업 혁명

포항의 철강 산업은 산업화 시기 경제 발전의 동력이었다. 울산의 자동차·조선 산업도 제철이 없었으면 사실상 불가능했다. 철강산단 노후화 등으로 인해 접어든 침체기는 포항 등 동해안과 국가 전체로 이어지기도 했다.

포항은 2019년 배터리규제자유 특구 지정 등을 계기로 새로운 미래 먹거리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양극재 등 2차전지 산업 생태계 전주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북도·포항시는 앞으로 전기차뿐 아니라 전기선박, 이모빌리티 등으로 2차전지 산업의 적용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포스텍(포항공대)을 통해 연구 인력 기반을 구축한 포항은 바이오 산업, R&D 등의 분야에도 강점이 있다.

자동차 부품 산업이 주력이었던 경주는 '미래 첨단 과학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양성자가속기센터, 혁신원자력연구단지(문무대학과학연구소) 등이 있는 경주에는 2030년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를 수행하는 국가산단이 들어선다. 또한 자동차 생산 산업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등으로 전환되는 업계 추세에 따라 산업 생태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각광받고 있는 힐링 바이오 산업 거점으로도 동해안은 강점을 보이고 있다. 치유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심해 청정머드를 활용한 기능성화장품 등을 개발하는 해양 바이오 산업이 울진 해양과학단지 내 환동해산업연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을 중심으로 육성되고 있다.

현재 경북도는 울진에 해양치유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1만년 이상 바닷물에 숙성된 심해 청정머드는 울진 인근 해역에 30억t 이상 산재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철도·도로망 개통과 울릉공항 개항 등 SOC 인프라를 동해안 산업 발전과 연계할 것"이라며 "경북 동해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2차전지·에너지 산업뿐 아니라 해양 자원을 활용한 힐링·바이오 산업, 이를 연계한 관광 산업 등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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