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종합 반도체 기업(IDM)의 강점을 내세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주도권 탈환에 나선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춰 파운드리, 메모리, 패키징을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12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를 열고 AI 시대를 주도할 파운드리 로드맵을 공개했다.
신기술인 '후면전력공급'(BSPDN) 기술을 도입한 2나노(㎚·1㎚는 10억분의 1m) SF2Z 공정을 2027년, '광학적 축소'를 통해 소비전력·성능·면적(PPA) 경쟁력을 높인 4나노 SF4U 공정을 내년에 각각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메모리, 패키징을 모두 갖춘 IDM의 강점을 살린 '원스톱 서비스' 강화를 강조했다. 또 2027년에는 AI 설루션에 적은 전력 소비로도 고속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광학 소자 기술을 적용해 고객이 원하는 '원스톱 AI 설루션'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파운드리 포럼을 앞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1.4나노 양산 시점을 앞당기는 등의 '깜짝 발표'를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 몇 년간 이른바 '나노 경쟁'으로 불리는 미세 공정 경쟁이 파운드리 업계의 최대 화두였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파운드리 포럼에서 2025년에 2나노(㎚·10억분의 1m), 2027년에 1.4나노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작년 행사에서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보다 먼저 구체적인 2나노 공정 로드맵을 제시했다.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는 2026년부터 1.6나노 공정을 통한 반도체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공정 로드맵을 올 4월 공개한 바 있다. TSMC는 2025년과 2027년부터 각각 양산할 2나노와 1.4나노의 중간에 1.6나노를 추가해 1나노대 진입 시기를 1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1.4나노를 2027년에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양산 시점은 1년 늦어지더라도 성능·수율을 확보해 미래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 속도경쟁에 힘을 빼지 않고 기술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것. 특히 삼성전자의 강점인 IDM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현재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세계 1위 업체지만, 2위인 파운드리에서는 선두 TSMC와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11.0%로, TSMC(61.7%)와의 격차는 직전 분기 49.9%포인트에서 50.7%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에 비해 업력이 짧고 생산능력(캐파)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년에는 5년 안에 TSMC를 따라잡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으나, 현실적으로 빠르게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제시한 전략은 TSMC가 갖추지 못한 강점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급증하는 맞춤형 칩 수요 대응하는 원스톱 서비스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통합 AI 설루션을 활용할 경우 파운드리, 메모리, 패키지 업체를 각각 사용할 때보다 칩 개발부터 생산에 걸리는 시간을 약 20%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노(Nano)= 반도체 회로의 선폭.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전력이 줄고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현재 가장 앞선 기술은 3나노에 해당한다. 현재 삼성전자와 대만 TSMC만 3나노 반도체 양산이 가능하다. 최근 후발주자인 미국 인텔과 일본 라피더스 등도 2나노 이하 기술 개발에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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