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커스On] 폭주하는 민주당, 왜 이리 급한가?

◆개원 7일 만에 의장, 12일 만에 상임위원장 선출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 돌파 위해 국회 이용
◆의회 독재로는 차기 대권 가져올 수 없어

10일 오후 의원총회를 마친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의장실 앞에서
10일 오후 의원총회를 마친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의장실 앞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사퇴'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선출 절차 강행 시도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횡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질주하는 폭주기관차를 방불케 한다. 뭔가에 쫓기는 듯한 초조함마저 느껴진다.

시작은 22대 국회 임기 출발 7일 만에 일방적인 우원식 국회의장 선출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5일 본회의를 단독 소집해 우 의원을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했다. 국민의힘과 사전 합의되지 않았다. 제헌국회 이후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국회가 개원한 것이 처음이다.

2년간 국회를 대표할 의장을 여야 합의가 아닌 야당 단독으로 선출한 탓에 신임 의장은 출발부터 생채기가 난 셈이다. 지난 21대 국회 후반기 김진표 의장은 35일 만에 여야 합의로 선출됐다.

11개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이 뒤를 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법제사법위원장, 운영위원장,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통상 1당이 국회의장, 2당이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운영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다.

하지만 22대 국회에서는 기존 관례가 무력화됐다. 민주화 이후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적용되던 불문율이 여지없이 깨졌다.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만이라도 양보할 것은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단박에 거절했다. 여당을 비웃기라도 하듯 강경파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선출 이틀 만인 12일 야당 단독으로 첫 법사위를 열었다.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했다. 법무부 장관 출석도 요구했다. 여당 눈치를 보지 않고 닥치고 공격하겠다는 의도다. 보건복지위와 국토교통위, 행정안전위 등 민주당 소속 위원장들도 법사위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가지겠다는 의도도 숨기지 않는다.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채 국민의힘을 따돌리고 국회를 운영할 복안까지 마련했다.

민주당이 작성한 '국회 기능 실질화 방안 보고'에는 국회 차원에서 정부여당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전략이 담겼다. 장·차관이 국회 출석을 불응하면 상임위원장이 동행명령권을 발동하고, 동행명령 집행 때 국회의원이 동참하는 방안이 들어있다.

의원이 동행하면 여론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고, 국무위원들이 큰 압박을 받는 것을 노렸다. 끝내 출석하지 않으면 해임 건의, 탄핵 소추까지 검토한다고 한다.

더욱이 민주당은 오는 24일부터 이틀간 교섭단체 대표연설, 26~28일 대정부질문을 하겠다고 한다. 여야 간 의사일정 협의는 온 데 간 데 없다. 민주당이 국회를 점령한 듯한 모양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료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료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4~21대 국회에서 원 구성 과정은 평균 45일이 걸렸다. 4년 전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그때도 47일간의 협상 과정이 있었다.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했다. 22대 국회 임기 시작은 2024년 5월 30일이다. 민주당은 임기 시작 7일 만에 의장을, 12일 만에 상임위원장 11명을 일방적으로 선출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태도는 여당과 국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다수 의원을 앞세워 국회를 일방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의회 독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를 협상과 타협의 장소가 아닌 여야 간 싸움터로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이에 대해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인사들은 "법대로"를 외친다. 법에 어긋나지 않은 탓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는 법으로 하는 게 아니다. 정치는 오랜 관례와 전통, 상식이 법보다 더 앞선다.

민주당이 왜 이런 속도전을 벌이며 무리수를 두는지 속내는 뻔하다. 국회를 사법부와 행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만들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돌파하겠다는 의도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을 만드는 디딤돌을 만들고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국회를 이용하겠다는 발상이다.

민주당이 당헌 당규를 고쳐 이재명 대표 연임을 보장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우원식 의장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제1당 눈치만 보는 의장은 '꼭두각시 의장'일 따름이다. 김진표 전 의장은 "편파적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의장에게) 중립 의무를 부여하니까 그래도 조정력이 생긴다"고 했다. 우 의장에 대한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이 선출 6일 만에 국회에 제출됐다. 헌정사상 최단기다.

다수결은 현대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이다. 하지만 다수결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충분한 토론과 숙의가 필요하다.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다수당 의견만 좇을 경우 상임위, 법사위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의미가 없어진다.

또 모든 의사를 다수결로 정한다면 소수당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다수의 의견을 따르되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 집권 여당에다 절대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이 정권을 빼앗긴 이유가 무엇인가? 다수당의 횡포에 중도층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총선 압승=국회 독주'는 민의를 철저하게 왜곡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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