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제22대 국회 임기 초반 일방적인 운영으로 '폭주'하고 있지만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다.
당 자체 민생특위가 가동되고 있으나 입법을 하려면 어차피 상임위를 거쳐 야당 협조를 얻어야 해 한계가 뚜렷하다.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룰이 13일 확정됐으나 쇄신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에 직면하는 등 여권 안팎의 여건은 총체적 난국이나 다름없다.
이날 민주당은 국토교통위원회 등 상임위 회의, 정책의원총회 개최 등 '마이웨이' 국회 운영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별법', '방송 3법' 등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과 가계 부채 지원법 등을 22대 국회에서 중점적으로 입법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마치 집권여당인 듯한 행보도 보였다.
미선출된 7개 상임위 위원장을 채우기 위한 작업은 '숨 고르기'를 했다. 이날 본회의를 열고 야당만으로 투표를 강행해 18곳 상임위를 모두 가져갈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게 나왔으나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간 합의를 요구한 때문이다.
며칠 말미를 얻었으나 국민의힘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민주당이 이미 독식한 법사·운영위원장을 양보하라고 다시 요구하며 야당의 '시혜'를 바라는 것 외엔 협상 카드로 내세울 게 마땅치 않다.
당 자체 민생특위를 10여 개나 구성해 운영에 들어간 터라 이를 통해 가시적 성과를 내놓기도 전에 '국회 보이콧' 기조를 철회하기도 어렵다. 당 관계자는 "현재로선 당 지도부도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어 보인다"면서 "당 전체에 '무기력'이란 암운이 짙고 무겁게 내려앉은 것 같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당 지도부를 향한 성토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미 4년 전 원내 소수당으로서 거대 다수당의 독주를 경험하고도 단계별 협상 카드와 대응 전략을 내놓지 못해서다.
한 초선 의원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11개 상임위원장을 가져갔던 지난 본회의에서 당 지도부가 내놓은 대응책은 의장실 복도에 앉아 피켓 시위를 하는 것이었다. 그마저도 1시간가량 회의만 지연시켰을 뿐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다"고 했다.
전당대회가 임박했지만 흥행을 기대하는 목소리보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구호만 쏟아지고 있다. '당원 80%·여론조사 20%'를 반영하기로 한 '전대룰'을 두고도 안정만 추구하려는 관성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패배한 당이 아니라 승리한 당의 모습 같다"며 "총선에서 괴멸적인 패배를 당하고도 정신 차리지 못한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당의 한 관계자는 "4·10 총선 패배 이후 현재 상황까지 돌아보면 당이 정말 쇄신 의지가 있는지, 진정으로 위기의식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금이라도 현실을 냉정히 돌아보고 국민의 마음을 진정으로 얻을 수 있는 특단의 선택들을 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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