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계기업 정리, 골든타임 놓쳐선 안 된다

부지런히 일했는데 돈이 모이기는커녕 이자도 못 갚을 상황이라면 참 암담할 터이다. 일시적으로 수입이 줄거나 지출이 늘어난 탓이라면 더 열심히 뛸 각오라도 다지겠지만 도무지 헤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절망감은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도 있다.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갚기 벅찬 기업들의 비중이 2013년 이후 최고치다.

한국은행의 지난해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3만2천여 곳 중 40.1%가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이었다. 기업들의 이자보상비율, 즉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은 지난해 219%로, 전년도 443%보다 크게 낮아졌다. 이자보다 4배 넘게 이익을 남겼다가 지난해엔 2배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역대 최저다. 이자보상비율 500% 이상인 양호한 기업 비중도 31.7%로,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금리 인하와 함께 수출 호조세가 이어진다면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부동산 경기 부진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대는 여전히 위험 요소다. 특히 부동산·건설업의 재무건전성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높은 부동산 관련 업체의 대출 연체율은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취업자 증가 폭은 39개월 만에 최소를 기록했다. 특히 건설업에서 충격이 컸다.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달 20만 명대를 회복했다가 한 달 만에 8만 명 선으로 내려앉았다. 특히 청년층 실업률은 6.7%로 집계됐는데 역시 39개월 만에 최고치다.

고통이 따르겠지만 한계기업을 정리할 때가 왔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기업 도산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부실기업 정리를 늦춘 탓에 갈수록 임금조차 제대로 못 주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산업 밸류 체인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기업들을 가려서 선별적 지원을 하는 동시에 한계기업 정리를 위한 단계적 준비를 해야 한다. 고름을 짜내고 상처를 치료해야 경제 건강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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