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도아트갤러리, 장병언 초대전 개최

6월 19일부터 7월 7일까지

장병언, 카페풍경, 수묵채색, 145.6x103cm, 2024.
장병언, 카페풍경, 수묵채색, 145.6x103cm, 2024.

10살의 어린 나이, 아버지 손을 잡고 산을 올랐던 장병언 작가에게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능구렁이 같은 나무 뿌리와 요괴가 출몰할 법한 산 속에서 그는 아름다움보다 섬뜩함, 기괴함을 느꼈다.

10여 년 뒤, 그는 대학 도서관에서 고전 회화 도록을 살피다 어릴 적 산에 오르며 봤던 장면과 너무도 닮은 장면을 보게 된다. 그는 "이성의 한강조정도(寒江釣艇图)"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날 이후로 뭔가 마력 같은 매력에 북송대 그림이 끌렸다"며 "북송대 명화인 '조춘도'와 같은 명화를 모사해보지 않고서는 나 스스로에게 화가의 자격을 줄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 후로 그는 북송대 회화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언젠가 꼭 넘어야 할 거대한 산맥과도 같았다. 고전 수묵화에 접근하기 위해 일사 석용진 선생을 사사해 서예를 익혔고, 소산 박대성 선생의 화실을 직접 찾아 산수화에 대한 기본기도 다졌다.

장병언, 방범관(倣范寬) 설경한림도(雪景寒林圖), 수묵담채, 185x168cm, 2008
장병언, 방범관(倣范寬) 설경한림도(雪景寒林圖), 수묵담채, 185x168cm, 2008

임모(臨模)의 과정은 고통이었다. 필획이 지나간 궤적들을 분석하고, 옛 그림이 만들어지는 조형의 작동 원리를 해석해내는 것에 집중했다. 마치 고대 언어를 분해해 직역하듯, 옛 화가의 필법을 하나하나 모방하고 체득해나가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렇게 그는 북송대 회화뿐 아니라 중국 남송, 원, 명, 청 그리고 조선시대 회화와 도자기, 전통 문양, 중국 화상전(畵像磚) 등 동양고전 회화를 총망라해 살피는 작업을 진행했다.

누군가는 모방에 대한 비아냥을 서슴지 않았으나, 그에게는 고전이 새로운 창작을 위한 인식의 도구이자 참고의 기준이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새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동력을 끊임없이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느냐였고, 그것을 위한 경험의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택한 것이 고전이었다"고 말했다.

2020년, 그는 곽희의 한림도(寒林圖)를 끝으로, 고전의 탐독을 끝냈다.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중이다.

19일부터 고도아트갤러리(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405길 38)에서 열리는 장병언 초대전에서는 그의 근작인 '카페 풍경'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수묵분채와 아크릴 물감을 함께 사용하고, 전통과 서양 회화의 요소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전으로 단단히 다져온 그의 작업세계가 지향하는 새로운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나는 항상 생각한다. 모방, 변형, 창조의 과정에서 나는 지금 어디쯤 걸어가고 있을까? 참으로 그것이 궁금하다." 끊임 없이 탐구하고 답을 찾는 그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전시는 7월 7일까지. 일, 월요일은 휴관한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