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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테크 기업들, 中 리스크에 인도·동남아로 공급망 이전

TSMC 타이난 공장. 연합뉴스
TSMC 타이난 공장. 연합뉴스

대만의 테크 기업들이 정치적 불안정을 피해 인도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공급망을 이전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대만 혹은 중국 본토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을 택했던 대만 기업들은 지난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 전쟁 이후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남아시아,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세계 5위 컴퓨터 제조사인 대만 에이서(Acer)는 지난해 인도 스타트업체에 자사 이름을 라이선싱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에이서는 48년의 업력을 지니고 있으며 직원 7천700여명을 두고 있다.

제리 가오 에이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타이베이에서 열린 정보기술(IT) 행사 '컴퓨텍스 2024'를 계기로 SCMP와 한 인터뷰에서 "그(대만의 테크) 공급망은 이미 대만 밖으로 나가고 있다"며 "그들은 베트남이나 태국 혹은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고 우리는 그 추세를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에 현지 조립 시설을 갖추고 있다. 뭔가 잘못되면 우리는 그곳 공장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테크 산업은 1천300억달러(약 179조원) 규모로 지난 40년간 세계에 PC, 전화기, 가전제품 및 그 부품들을 공급해왔다.

TSMC는 대만을 대표하는 기업이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세네샤 황 분석가는 "노트북 생산의 경우 현재는 베트남과 태국이 저렴한 노동력과 인프라 개선, 커지는 현지 시장으로 가장 선호하는 국가"라며 "인도도 방대한 인재 풀과 정부 인센티브 정책으로 점점 매력을 얻고 있다"고 했다.

SCMP는 "미국 법은 미국 고객들에게 민감한 부분을 파는 대만 기업들이 중국 본토에서는 같은 일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동시에 대만 테크 대기업들은 중국 본토와 분쟁으로 해외 고객들이 해당 제품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공급망을 대만 밖으로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한 고객들이 대만 공급업자들에게 지정학적 위험을 피하고 선적 비용을 낮추기 위해 (공급망) 해외 이전을 요청할 수 있다고 일부 기업가들은 말한다"고 덧붙였다.

대만 콴타 컴퓨터는 지난해 베트남에서 생산을 시작하기로 계약을 맺었고, 아이폰 최대 하청업체인 폭스콘도 이미 베트남으로 진출했다.

방콕 포스트는 지난해 중반 현재 대만 전자회사들이 태국에 총 300억바트(약 1조1천200억원) 규모, 20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승인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현재 폭스콘, 위스트론, 페가트론 같은 대표 전자제품 기업을 포함해 대만기업 약 150개가 활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기업들은 인도에서 지난해와 올해 1∼4월 56억달러(약 7조7천억원) 규모 투자 승인을 따냈다. 이는 2021~2022년 2년간의 총 투자금액(28억달러)의 2배다.

반면, 대만 기업들이 지난해 중국 본토에서 승인받은 투자 금액은 30억달러(약 4조1천억원)로 22년만에 최저를 기록했다고 SCMP는 전했다.

앞서 2022년 대만 전략국제연구소 설문에 참여한 대만 기업의 70% 이상은 미중 분쟁이나 대만해협 분쟁 가능성에 따른 위험을 거론하며 대만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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