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대 VS 계명대 학생 만난 노소영 "실망한 곳은…"

"서울대 학생, 잔뜩 경직돼 있어…특강 후 '좀 실망스러웠다'"
"인간의 독창성만이 기계 이겨…교육 목적 자체 재고할 때"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노소영 관장 페이스북
노소영 관장 페이스북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계명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특강을 진행한 소회를 SNS를 통해 드러냈다.

노 관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tabula rasa'(백지)란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타불라 라사(tabula rasa)란 '아무것도 써 있지 않은 흰 종이'를 뜻하는 말이다.

노 관장은 자신이 최근 두 곳의 학교(계명대, 서울대)에서 특강을 했다고 전했다. 학부생을 상대로 한 수업이라 부담이었지만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계명대 담당교수는 '아이들이 좀 주눅이 들어있고 질문을 안 한다'고 했다. 이 아이들을 (나에게) 깨워 달란 주문이었다. 대구까지 내려가 한두 놈이라도 깨워 놓고 오겠다는 각오로 출동했다"고 말했다.

노 관장은 "수업 전 잠시 총장님께 인사를 드리러 본관에 들렀더니, 커다란 희고 빈 캔버스가 계단 정중앙에서 나를 맞았다. 심상치 않아 물어보니, 총장님의 교육철학이라 했다"면서 "tabula rasa, 백지. 정체성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넘겨짚었더니, 총장님 얼굴이 환해지셨다"고 신일희 계명대 총장과 만난 이야기도 전했다.

이어 "50분 정도 강연을 하고 포스트잇을 학생들에게 나누어 줬다. 40~50명쯤 돼 보였고, 질문이든 코멘트든 무엇이라도 써 내지 않으면 나가지 못한다고 학생들에게 선언했다"며 "무슨 질문이 나올까 궁금해하면서 한 장씩 읽어 봤고, 감동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우선 순수했다. 진지한 질문들이었다. '타불라 라사'에 감명을 받은 나는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좀 했는데 질문들이 제대로 정곡을 찔렀다"며 "진지한 고민이 묻어나는 질문이었다. 한 학생은 '관장님의 타불라 라사에는 어떤 그림이 있나요?"라고 물어왔다"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이어 노 관장은 서울대 학부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한 이야기도 이어갔다.

노 관장은 "(계명대에서 했던 특강과) 비슷한 세팅이었다. 학생 수도, 강의 시간도 포멧도 비슷했다. (특강 전) 서울대 주임교수는 질문들을 먼저 받아 내게 줬다. 이런 고차원의 생각들을 한단 말이야?하고 기대 반 우려 반 강의에 임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강의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나는 '가슴에서 나오는 질문을 더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진솔한 소통을 유도했다. 가슴으로 말하려면 가드를 내려야 하는데, 이들은 잔뜩 경직돼 있었다"며 "'뭔가 아는 척을 하지 않으면 인간 취급을 못 받는 것처럼 말하는데, 학부생이 아는 척을 하면 금방 바닥이 보이지'란 생각이 들어 할 수 없이 바닥을 보여줬다. 몇몇 희생자들이 지나가니, 아이들의 관심도가 급 높아졌다. 한 학생은 최신 정보를 얻는 소스가 어디냐 묻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노 관장은 "(강의를 끝내고) 나오면서 주임교수에게 느낀 그대로 이야기를 했다. 좀 실망스러웠다고. 그러자 본인도 지방대에서 가르칠 때가 더 좋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노 관장은 두 학교를 비교하면서 우리 교육이 갈 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넘어 이제 교육의 목적 자체를 재고할 때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한 쪽은 평범한 지방대, 다른 한쪽은 이 사회 최고 엘리트들이 모인 곳. 문제는 GPT 등 인공지능이 서울대 학부생들의 지능은 훨씬 넘어섰다는 것이다"며 "물론 이들 중 일부는 차후에 다음 단계의 인공지능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건 매우 소수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노 관장은 "나는 계명대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삶 또는 배움의 목적은 저 빈 캔버스에 멋진 자화상을 그리는 것. 정체성이야말로 최고의 예술이고,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붓을 손에 들고 있다. 자,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면서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은 정체성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독창성이 생기고, 그것만이 인간이 기계를 이길 수 있게 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노 관장은 서울대 공대 섬유공학과에 입학한 후 윌리엄앤드메리대학 경제학 학사, 스탠퍼드 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석사를 취득하고 시카고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최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재산분할로 1조3천803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을 지급받아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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