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성걸 칼럼] 부끄러운 이재명의 대한민국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제22대 국회 개원 후의 대한민국은 단연 '이재명의 나라'다. 범야권 192석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이재명 1인 독재를 실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6선의 추미애 의원이 5선 우원식 의원에게 패하면서 민주당이 정신을 차렸나 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건 그냥 1회성 해프닝이었다.

이어진 상임위 구성과 민주당 의원들이 다투어 제출하고 있는 법안들은 '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이재명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우선 법사위, 운영위, 과방위 등 3개 쟁점 위원회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회를 국민의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의원들로만 구성했고 위원장도 자기들끼리 선출했다. 역대 국회에서 여야 간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으로 수립된 국회의장과 법사위 동일 정당 금지 원칙을 위반했다. 그러면서 내세운 명분이 '법대로' 하자는 것이다.

운영위를 집권 여당이 맡아오던 것도 관행 중 하나지만 그것은 대통령실이 운영위 소관이라는 일종의 편의적 측면이 강하다. 대통령실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위해 야당이 맡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수 있다. 과방위는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고 있으니 위원장직을 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사위는 아니다. 법사위는 국회의장과 함께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단 두 개의 통로다. 동일 정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동시에 갖게 되면 법안 상정을 독점하기 때문에 분리해 놓은 것이다. 그래서 이는 단순한 관행이 아니라 국회에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 성격을 갖는다. 그런 법사위원장 자리를 다수 의석을 점유했으니 힘으로 갖겠다는 것은 스스로 반민주적 정당임을 자임하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그동안 제출했거나 제출하려는 법안들을 보면 '이재명의 대한민국'이 실감 난다. 이재명 대표가 주장해 온 1인당 25만원을 지원하는 민생회복지원법, 방송통신위 의결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하는 방통위법 개정안, 공공의대법, 지역의사 양성법, 소상공인 코로나 대출을 10년 이상 장기 분할 상환할 수 있게 하는 소상공인법, 은행 이자 수익의 사회 환원을 확대하는 서민금융법, 아동수당 지급 대상과 액수를 인상하는 아동수당법 등을 당론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된 법안으로 지목된 이른바 검찰 수사 조작 방지법, 표적 수사 금지법, 피의사실 공표 금지법도 제출하겠다고 나섰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수사나 재판을 하는 판검사들을 처벌하겠다는 사법부 무력화 법안에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까지 제한하는 법안도 내겠다고 한다.

이쯤 되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말대로 "입법-사법-행정이라는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모두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의 손아귀에 넣겠다는 것"이고 "공포정치를 했던 스탈린과 홍위병을 앞세웠던 마오쩌둥"의 부활이다.

이재명 대표는 변호사 시절부터 검사 사칭에 위증교사로 수사를 받았고 이 사건은 현재 기소되어 재판 중이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면서 수행했던 많은 일들에 대한 범죄 혐의로 이미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대납 사건 유죄 판결 직후 다시 제3자 뇌물죄로 기소됐다.

게다가 부인이 경기도 법인카드를 무단 사용한 사건으로 재판받고 있고, 자신은 법인카드로 대부분의 밥값과 제사에 쓰는 제수, 심지어 머리 감는 샴푸까지도 결제한 의혹이 제기되어 공사가 매우 불분명한 사람이다.

한두 건도 아니고 이토록 많은 사건으로 수사, 기소, 재판을 받는 사람이라면 먼저 자신에 대한 의혹이나 혐의를 벗고 나서 정치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선악과 미추, 시비와 곡직을 가릴 줄 모르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다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당헌 당규까지 개정해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대선후보가 될 수 있게 만들었다. 대한민국이 이재명의 나라가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역사는 이런 일에 앞장선 민주당과 소속 의원들을 있는 그대로 평가할 것이다. 후세 그 오명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고 후손들은 부끄러워 이 나라에서 얼굴을 들고 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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