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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 잭팟' 체코 원전, 한수원 수주 기대 커진다

4기 시공원 佛과 격돌…내달 결론
건설 단가 EDF의 절반 수준…공기 엄수 글로벌 인정 호재
15년 전도 맞붙어 따낸 경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매일신문 DB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매일신문 DB

총사업비 30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수주전 결과가 다음 달 가려질 전망이다. 시공권을 놓고 맞붙은 한국(한국수력원자력, 이하 한수원)과 프랑스(프랑스전력공사, 이하 EDF)는 사업 수주를 위해 막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16일 한수원 등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다음 달쯤 체코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지난 4월 29일 해당 사업 참여를 위한 최종 입찰서를 제출했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은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220㎞ 떨어진 두코바니와 130㎞ 떨어진 테믈린에 1천200㎿ 이하 원전을 각각 2기씩 총 4기를 짓는 사업이다. 체코 정부는 당초 신규 원전 1기 건설에서 최대 4기를 건설하는 쪽으로 에너지 정책을 수정했다. 이에 따라 사업비 규모도 약 9조원에서 30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번 수주전은 한국 한수원과 프랑스 EDF 2파전으로 치러지고 있다.

한수원이 지난 2022년 입찰계획서를 제출할 당시만 해도 수주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포함해 3파전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체코가 사업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는 입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했다.

한수원은 가격 경쟁력과 시공능력, 기술력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건설 단가가 9조원 안팎으로, 15조~16조원으로 예상되는 프랑스를 크게 앞선다.

한수원은 약속한 공사 기한을 철저히 지키는 것으로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도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기 지연은 곧 추가 비용 발생으로 이어지기에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 정해진 예산으로 예정대로 준공)은 중요한 자질로 여겨지고, 이 같은 대형사업 수주전에서 당락을 결정짓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우리의 원전 건설 단가는 프랑스 EDF의 절반 수준인데, 공기를 맞추지 못해 발생할 추가 예산 리스크도 거의 없다 보니 가격 측면에서 크게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15년 전 EDF와의 경쟁에서 이미 한 차례 이긴 경험도 이번 수주전에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전에서 EDF와 맞붙어 시공권을 따냈다. UAE 바라카 원전은 대한민국이 최초로 개발한 원전 노형을 수출한 첫 사례였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 세계 6번째 원전 수출국에 진입했다.

당시 수주전에서 밀린 프랑스는 이번엔 '안방 시장'을 내줄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유럽연합(EU)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프랑스는 체코를 포함한 EU 내 원전 확대 진영 12국과 공동성명을 내고 동맹을 강조하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체코를 찾아 수주전을 지원했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지리적·정치적 측면에서 한국이 불리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원전은 기술력과 함께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 평가 항목"이라며 "수십 년간 노하우를 쌓은 데다 가격 메리트도 갖춘 K-원전 경쟁력을 볼 때 수주 전망은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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