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2시쯤 찾은 대구 수성구 그랜드면세점. 이 면세점은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었지만 내부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명품관은 진입할 수 없도록 문을 닫아 놨고 주얼리를 진열해 두던 쇼케이스는 천으로 덮어둔 상태였다. 그랜드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여행 수요가 적어진 2022년부터 시내면세점은 가오픈한 상태고 공항 내 면세점에 물건을 전부 옮겨 둔 상태"라며 "이곳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주류와 홍삼뿐"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구에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늘고 있지만 시내 면세점을 찾는 사람은 적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구시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총 8만명으로 최근 4년 동안 1분기 기준 관광객 수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광객은 늘었지만 면세점 매출액은 줄고 있다. 지난 3월 국내 면세점을 방문한 외국인 수는 74만명으로 지난해 동기(31만명) 대비 약 2.4배 늘었지만 면세점 매출액은 9천326억원으로 9% 감소했다.
지역 중소면세점은 타격이 더욱 크다. 2020년 시내면세점을 운영하는 중소·중견면세점은 8곳이었으나 현재는 대구 그랜드면세점, 서울 동화면세점, 부산 면세점, 울산 진산 면세점 등 4곳만 남고 사라졌다.
지역 면세점 업계는 2013년 이후 한국에 몰려와 화장품 등 면세품을 쓸어 담아가던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나 다이궁(보따리상)이 사라지고 싼커(중국인 개별 관광객)가 더 많아진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또 지역 공항 내 항공편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대구 내 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달리 여행사에서 주관하는 단체 관광객이 면세점에서 명품을 소비하는 문화가 사라졌다"며 "면세점 소비 패턴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면세점은 한정된 공간이라 비행편이 많이 늘어야 그만큼 유입도 느는데 비행편 자체가 늘지 않아 매출에 타격이 크다"며 "관광특구 지정 등 관광산업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정책적 지원으로 항공편이 늘게 되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역 면세점들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선 과거 트렌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추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현재 지역의 면세점은 사업자 수만 늘어났을 뿐, 구조와 운영 방식은 2000년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며 "젊은 외국인들의 취향에 맞게 상품을 다양화하는 것부터 가격을 새롭게 설정하는 등 여러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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