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휴진 반대' 신경과 교수 "의사 1% 증가한다고 한국 의료 망하나" 일침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공공운수노조가 게시한 휴진 철회 촉구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 다만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투석실 등 필수 분야 진료는 지속한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공공운수노조가 게시한 휴진 철회 촉구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 다만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투석실 등 필수 분야 진료는 지속한다. 연합뉴스

파업 불참을 선언한 의사가 "의사 수가 1% 늘어난다고 누가 죽거나 한국 의료가 망한다고 말할 수 있나"라며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의료 현장으로 돌아올 것을 호소했다.

16일 홍승봉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위원장은 동료 의사들에게 보내는 기고를 통해 "의사의 단체 사직과 휴직은 중증 환자들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위원장은 "10년 후에 활동할 의사 1천509명이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재 수십만명 중증 환자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의사가 부족해서 환자가 죽는 것이지 의사가 너무 많다고 환자가 죽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그는 "10년 후에 1천509명의 의사가 사회에 더 나온다면 전체 의사 15만명의 1%에 해당하는데, 의사 수가 1% 늘어난다고 누가 죽거나 한국 의료가 망한다고 말할 수 있나"라며 "나의 사직, 휴직으로 환자가 죽는다면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정당화될 수 있을까"라고 강조했다.

이어 "뇌전증 수술을 받으면 사망률이 3분의 1로 줄어들고 10년 이상 장기 생존율이 50%에서 90%로 높아진다"며 "지금은 전공의 사직으로 유발된 마취 인력 부족으로 예정됐던 뇌전증 수술의 40%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 잘못도 없는 국가와 의사가 지켜줘야 할 중증 환자들이 생명을 잃거나 위태롭게 됐다. 원인이 누구에게 있든지 간에 이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10년 후에 증가할 1%의 의사 수 때문에 지금 환자들이 죽게 내버려 둬도 된다는 말인가. 후배, 동료 의사들의 결정이지만 의사로서 국민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휴진을 지지하는 일부 의대생 부모들에게도 "자녀가 훌륭한 의사가 되길 바란다면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어떤 충고를 해야 할지 고민해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며 "내 아들딸이 의대생, 전공의라면 빨리 복귀하라고 설득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대 의과대학 및 서울대병원 교수 가운데 절반가량이 17일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증원 재논의'를 포함한 요구안을 정부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18일부터 전국적으로 집단 휴진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는 물론 대한분만병의원협회, 대한아동병원협회 등 3개 의료단체는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