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는 랩 때리고 밥 묵는데이~ 헤이 요!”…칠곡 노인 무료급식소의 변신

무료 급식소 경북 칠곡사랑의 집…전국 최초로 랩 프로그램 도입 ‘호평’

무료 급식소인 경북 칠곡사랑의 집은 전국 최초로 랩 프로그램을 도입해, 어르신들에게 청춘을 돌려주고 있다. 칠곡군 제공
무료 급식소인 경북 칠곡사랑의 집은 전국 최초로 랩 프로그램을 도입해, 어르신들에게 청춘을 돌려주고 있다. 칠곡군 제공

취약계층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무료 급식소 경북 '칠곡사랑의 집'이 전국 최초로 랩 프로그램을 도입, 어르신들에게 '청춘'을 돌려주고 있어 화제다.

17일 칠곡군에 따르면 칠곡사랑의 집은 어르신들에게 점심은 물론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랩을 가르치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빠른 음악에 맞춰 랩을 하기 위해 급식소를 찾았다"는 어르신이 있을 정도로 지난 4월부터 칠곡사랑의 집에서 운용하는 랩 프로그램이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어르신 힙합을 도입한 칠곡사랑의 집의 풍경은 전국의 어느 무료 급식소와는 사뭇 다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1시 30분이면 120여명의 어르신들이 모두 자리에 앉는다.

이때부터 빠른 비트의 음악이 깔리고 급식소를 이용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가운데 젊은 시절 춤으로 이름을 날렸던 어르신이 앞으로 나와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어르신들은 머리 위로 손을 올리며 "헤이 요!"를 외치고, 세월의 시계를 50년 전으로 거꾸로 되돌려 놓는다.

5분에 걸쳐 어르신들이 랩을 하고 나면 얼굴에는 화색이 돌고, 본격적 배식이 이어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 어르신들과 함께 70대 중반의 한 노숙인도 랩을 적극적으로 하며 젊은 날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칠곡사랑의 집에서 랩을 도입했던 것은 지난해부터 칠곡군에서 불고 있는 '할매 랩' 열풍 때문이다.

권차남 칠곡사랑의 집 센터장은 랩이 어르신들에게 치매를 예방하고, 건강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랩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권 센터장은 젊은 시절의 아름다웠던 추억과 밝은 미래를 노래하는 '희망 사항'이라는 제목의 랩 곡을 직접 만들었다.

아울러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어르신들 지도를 위해 사비를 들여 전문 강사를 찾아가 랩을 배우는 열정까지 보였다.

현재 칠곡군에는 세계 주요 외신에서 'K-할매'라고 불리는 평균 연령 85세 '수니와 칠공주'를 비롯해 다섯 팀의 할머니 랩 그룹이 활동하고 있다.

무료 급식소인 경북 칠곡사랑의 집은 전국 최초로 랩 프로그램을 도입해, 어르신들에게 청춘을 돌려주고 있다. 칠곡군 제공
무료 급식소인 경북 칠곡사랑의 집은 전국 최초로 랩 프로그램을 도입해, 어르신들에게 청춘을 돌려주고 있다. 칠곡군 제공

급식소를 이용하는 이숙자(83) 어르신은 "랩을 하면서 혼자 살고 있는 외로움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며 "명절 때 손주 앞에서 랩 실력을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차남 센터장은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와 함께 외로움과 고독을 달래고 희망과 용기를 주기 위해 랩을 시작했다"면서 "마지막 남은 인생도 어르신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불태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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