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매입·오픈마켓 병행하며 PB상품 우선 추천하는 유통家, 공정위의 쿠팡 제재에 ‘고심’

유통업계, 고물가 대비해 PB사업 확장해 왔는데 공정위 제재에 긴장
우리나라 PB상품 판매 비중은 3%..."PB상품 우선 노출됐다고 무조건 구매하지 않아"

PB상품을 오프라인 진열대 골든존에 배치한 사례. 쿠팡
PB상품을 오프라인 진열대 골든존에 배치한 사례. 쿠팡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PB상품 밀어주기 제재로 인해 유통업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에 대응해 PB상품 판매를 확대해온 유통업계에서 PB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것이다.

특히 공정위는 쿠팡이 직매입 상품을 상단 노출하고, 중개상품을 파는 오픈마켓 판매자를 차별하는 '이중적 지위'를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유통업체들이 온라인상에서 직매입과 오픈마켓 또는 위탁 판매자를 병행하면서 자사 PB상품을 띄워주는 사례가 다수인 만큼 후폭풍이 클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17일 쿠팡은 입장문을 통해 "고물가 시대에 PB상품은 유통업체의 중요한 차별화 전략이며, 모든 유통업체는 각자의 PB상품을 우선 진열한다"고 밝혔다.

쿠팡은 오프라인에선 코스트코와 이마트, 온라인에선 이마트몰과 마켓컬리,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의 사진을 제시했다. 우유로 검색하면 대형마트나 이커머스가 운영하는 PB상품이 똑같이 검색 상단에 노출되고 있었다.

쿠팡이 공정위의 'PB상품 등의 인위적인 상위 노출'에 지적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쿠팡은 "소비자들은 '커클랜드 없는 코스트코'나 '노브랜드 없는 이마트'를 상상할 수 없다"며 "오프라인은 PB상품이 잘 보이는 골든존에, 온라인 유통업체도 PB상품을 우선 추천하며 소비자도 당연하게 인식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공정위는 쿠팡에 구체적으로 상품 진열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리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업계는 공정위가 쿠팡을 제외한 다른 유통업체를 어떻게 바라볼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자사 PB를 우선 추천하고 있는 사례. 쿠팡
자사 PB를 우선 추천하고 있는 사례. 쿠팡

공정위가 쿠팡 제재를 결정한 핵심 이유는 자기 상품(직매입·PB상품) 판매와 중개상품을 모두 운영하는 쿠팡이 이중적 지위를 가진다는 점이었다. 자기 상품 판매와 입점업체의 중개상품 판매에 있어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유통업체가 소유한 PB상품을 상위에 배치하면, 그만큼 오픈마켓 판매자 상품은 하위에 밀린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문제는 국내 유통업체들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모두 같이 운영하면서 직매입 비즈니스만 운영하지 않고, 오픈마켓과 위탁판매자 운영 등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 또 새롭게 출시한 자체 PB상품을 먼저 추천하기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유통업체가 직매입만 하면 모르겠지만, 오픈마켓 중개 비즈니스를 한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말하는 '이중적인 지위'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며 "공정위 입장대로라면 이커머스 업계에 거대한 후폭풍이 닥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유통업계의 직매입과 오픈마켓 비즈니스 현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PB상품의 경우, 일반 포털사이트를 포함한 오픈마켓에선 찾을 수 없고, 자체 유통사 1곳에서만 판매한다.

반면 디지털경제포럼 조사에 따르면 오픈마켓 판매자의 71.5%는 평균 4.9개의 쇼핑몰에 입점해 판로가 분산돼 있다. 특정 유통업체에서 PB상품의 우선 노출을 다양한 오픈마켓에 입점한 판매자에 대한 '역차별'로만 몰기 어렵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오픈마켓 상품은 배송비를 별도로 받거나, 가품 이슈를 비롯해 판매가격이 판매자 마음대로 들쭉날쭉한 사례도 있다.

또 소비자들이 통상 포털 오픈마켓 검색을 통해 최저가 온라인몰을 찾아 구매하는데, 공정위가 특정 온라인몰의 상품 진열 순서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쿠팡은 소비자들이 PB상품이 우선 노출됐다고 무조건적으로 구매하지 않으며, 온라인 쇼핑몰 내 다른 상품과 비교와 온라인몰 가격 비교 사이트까지 검색하며 꼼꼼하게 합리적 선택을 한다는 입장이다.

유통업체가 고유의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여야 경쟁이 되는데, '디스플레이 전략'까지 일률적 기준을 따르라고 강제하면 경쟁이 위축되고 소비자 편익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아직 해외에서 PB상품의 진열에 대한 규제가 없던 만큼, PB산업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PB상품이 우선 노출됐다고 무조건적으로 구매하지 않으으로, 40~50%에 이르는 스위스·독일·영국과 미국(20%) 등과 비교해 낮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온라인 쇼핑 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3일 공정위는 쿠팡 제재 브리핑에서 "자기 상품만 우대하고 경쟁사업자의 상품은 불리하게 한다든지 해서 소비자를 오인하거나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행태가 있으면 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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