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새 보금자리 찾은 사자 커플… 아이니테마파크 사자 이송 작전

암·수사자 1마리, 17일 네이처테마파크 야외방사장으로 이동
"당분간 건강식 제공하며 관리 예정", 남은 동물 이관도 이달 중 마칠 듯

17일 대구의 한 실내테마파크 동물원에서 멸종위기종 백사자가 다른 시설 동물원으로 이관을 위해 마취된 채 누워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7일 대구의 한 실내테마파크 동물원에서 멸종위기종 백사자가 다른 시설 동물원으로 이관을 위해 마취된 채 누워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7일 오후 2시 대구스타디움몰 지하 실내동물원. 어지럽게 잡동사니가 널브러진 내부를 지나자 악취가 진동하는 우리 안에 수사자 한 마리가 누워 있었다. 동물원 직원들과 수의사 등은 마취된 수사자 발톱을 깎고 건강 상태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바쁘게 이송 준비를 했다. 이날은 대구 수성구 아이니테마파크에 살던 암·수사자 각 1마리가 달성군가창면 소재 스파밸리 네이처파크로 이관되는 날이었다.

실내동물원인 아이니테마파크는 앞서 지난해 5월 영업을 중단했고, 이후 관계기관 합동 단속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지난해 11월 대구시로부터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이곳에서는 동물 사체와 배설물 등을 방치했으며, 다수의 동물이 채광이나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서 사육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니테마파크는 이후 동물들을 이관하며 개체수를 줄여왔고 이날 사자 두마리도 새 보금자리를 찾아 떠난 것이다.

우리에 갇힌 채 트럭 짐칸에 실린 수사자는 금세 달성군 가창면 스파밸리 야외 동물원 네이처파크로 옮겨졌다. 마취에서 깬 수사자는 우리 안에서 맹렬하게 으르렁 거리는 소리를 냈다. 흥분한 사자가 우리 안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움직이는 탓에 우리가 기우뚱하기를 반복, 장정 10여명이 사자우리를 에워싸고 크레인에 고정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이윽고 우리 출입구와 야외방사장 입구를 열고, 몸에 물을 뿌리자 사자는 야외 방사장을 향해 뛰쳐나갔다. 먼저 와서 기다리던 암사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수사자를 맞았다.

이날 거처를 옮긴 사자 두마리는 당분간 적응 기간을 가질 예정이다. 박진석 네이처파크 이사는 "옮겨온 사자들은 당분간 '손님 먹이체험'을 하지 않고 건강식을 제공할 것"이라며 "채혈검사 결과를 토대로 건강 상태도 계속해서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가장 까다로운 암‧수사자 이관작업을 끝으로, 아이니테마파크에는 원숭이 3종과 파충류 일부만 남게 됐다. 남은 긴팔원숭이 4마리, 알락꼬리여우원숭이 12마리, 사바나원숭이 1마리, 아나콘다 등 파충류 역시 사육장 제작이 완료되는 대로 이달 말까지 네이처파크로 이관될 예정이다. 국제적멸종위기종의 경우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사육시설 등록이 완료돼야 이관이 가능하다.

허종정 대구시 기후환경정책과장은 "네이처파크에서 필요한 시설물을 보강하는 부분 등 작업을 거쳐 이르면 이달 말까지 남은 동물들도 안전하게 이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7일 대구 달성군 스파밸리 네이처파크 동물원에서 직원들이 수성구 한 실내 동물원에서 이송된 사자를 야외 방사장으로 옮기고 있다. 해당 백사자는 대구 수성구 한 실내 동물원 사육장에서 7년을 지낸 뒤 지난해 실내 동물원이 폐업하자 이날 네이처파크 동물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연합뉴스
17일 대구 달성군 스파밸리 네이처파크 동물원에서 직원들이 수성구 한 실내 동물원에서 이송된 사자를 야외 방사장으로 옮기고 있다. 해당 백사자는 대구 수성구 한 실내 동물원 사육장에서 7년을 지낸 뒤 지난해 실내 동물원이 폐업하자 이날 네이처파크 동물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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