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대구 도심 부동산 홍보 현수막 급증…땡볕에 땀 뻘뻘 흘리는 단속반

평일 2회, 주말 1회 2시간씩 불법광고물 단속
많게는 하루 100개 철거해도 돌아서면 또…
상가 많은 도심, 통행불편 주는 입간판도 골치
보행자와 운전자 안전 위협… "합법적 매체광고 유도해야"

지난 13일 오전 중구청 무허가옥외광고물 단속반원이 단속에 임하고 있다. 김지효 기자
지난 13일 오전 중구청 무허가옥외광고물 단속반원이 단속에 임하고 있다. 김지효 기자

"벌써 땀난다. 오후에 죽었다."

트럭에서 여섯 번째 오르내리기를 반복한 중구청 무허가옥외광고물 단속반원이 웃음과 한숨이 섞인 말을 내뱉었다. 그가 손에 꼭 움켜쥔 건 사람 손바닥만 한 현수막 절단기. 오전 10시임에도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 13일, 중구청 불법 옥외광고물 중 유동광고물 정비반과 광고물 단속 현장에 동행했다.

정비반은 1톤(t) 트럭에 올라타 중구청 주차장을 나섰다. . 앞좌석에는 운전 담당자 한 명, 불법 광고물을 발견하고 사진을 촬영하는 공무직 근로자 한 명이, 뒷좌석에는 광고물 철거를 담당하는 기간제 근로자 두 명이 탑승했다.

갓길에 차가 멈추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문을 열고 트럭에서 뛰어 내려 가로수 사이 걸린 현수막으로 향했다. 파랗고 노란 현수막에는 아파트 분양을 홍보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들이 현수막 끈을 자르고 둘둘 감아 트럭 짐칸에 싣고는 다시 차에 올라타 출발하기까지는 채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백여 미터를 이동했을까, 똑같은 모양의 분양 현수막이 또 발견됐고 그 후에도 서너 차례 같은 일이 반복됐다. 트럭 짐칸에는 현란한 색깔의 현수막이 금세 채워졌다.

이들은 평일 오전과 오후 각 1회, 주말은 오전 1회씩, 회당 최소 2시간씩 불법 광고물 단속 및 철거에 나선다. 이래도 일이 쌓이면 다른 광고물관리 팀원들까지 동원돼 차 두 대로 나눠 3인 1조로 2개 차량이 동시에 나서기도 한다. 많을 때는 하루종일 100개 이상의 불법 광고물을 철거한다.

지난 13일 오전 중구청 무허가옥외광고물 단속반원이 부동산 분양광고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김지효 기자
지난 13일 오전 중구청 무허가옥외광고물 단속반원이 부동산 분양광고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김지효 기자

특히 늘고 있는 불법광고물은 현수막이다. 중구청이 수거한 불법현수막은 2021년 1만3천421개, 2022년 1만4천234개, 지난해 1만6천234개로 매년 증가세다. 특히 최근 대구지역 미분양 아파트 광고 현수막이 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설명.

적법한 정당 현수막이나 집회 현수막이 자주 문제가 되기도 한다. 15일의 게시 기한이 지났음에도 자진철거되지 않아 구청 단속반이 나서야 하는 경우다.

단속반 관계자는 "상가와 이면도로가 많은 중구는 통행에 불편을 주는 불법 입간판도 골칫거리다. 1.2m 이하 높이 규격만 건물 부지 안에 설치가 허용되지만, 사실상 조례를 지키는 입간판은 전혀 없다"며 "특히 건물 부지가 아닌 가게 앞 도로 등에 입간판을 설치하는 게 단속 대상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합법적인 광고수단을 홍보하고 장려할 것을 주문한다. 서정인 영남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영세 사업자들이 사업체 홍보 등을 위한 효과적인 광고라는 생각으로 현수막 등 무허가광고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행자와 운전자에게 위험요소가 되고 가로 환경을 훼손시킨다"며 "전자 현수막이나 대중교통 광고 등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충분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안을 사업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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