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만 년 전, 대구는 거대한 호수였다. 한반도 주변 바다에 삼엽충과 암모나이트가 서식할 때 대구 호수 주변엔 거대한 공룡들이 무리 지어 다녔다. 초식 공룡인 용각류와 조각류, 육식 공룡인 수각류들이었다. 시조새도 있었을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도 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화석 때문이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화석을 통해 지층의 지질 연대와 퇴적 환경, 생명체의 진화를 추정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대구의 공룡 화석은 어디에 얼마나 있을까. 현재까지 밝혀진 지점은 금호강 지류인 신천과 욱수천 바닥 등 2곳이다. 공룡 발자국은 중구 동신교와 수성교 사이 신천에서 57개, 수성구 신매동 욱수천에서 14개가 발견됐다. 1994년 시민 한상근 씨가 신천에서, 2001년 성명여중 교사가 욱수천에서 각각 공룡 발자국 화석을 처음 발견했다고 한다. 전 교수 등에 따르면 이 발자국은 중생대 백악기 용각류의 것으로 추정된다. 조각류와 수각류의 경우 발가락이 3개여서 삼족의 형태가 나타나지만, 신천과 욱수천의 그것은 발가락 4개인 용각류의 둥근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쥬라기공원에서나 봤던 공룡, 그 발자국을 도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아이들의 현장학습 자료로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지질학자들은 대도시 도심에, 그것도 공룡 발자국이 선명하게 발견된 곳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한다. 특히 장소성, 희소성, 역사성 등을 들어 보존 가치가 높다고 강조한다. 그나마 욱수천 공룡 발자국은 안내도, 모형, 그림, 유리막 등을 통해 시민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신천의 공룡 발자국은 위치 안내도 하나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 게 고작이다. 대구시가 자연 하천 기능 회복과 안정적 치수 능력 확보를 위해 시행한 수중보(동신보) 설치로 수량이 늘면서 이 화석은 수년 동안 수면 아래에 잠겨 육안으로 볼 수 없다. 장기 침식으로 인해 발자국 형태가 일부 변형되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대구시는 현재 '신천 수변공원화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1억만 년 전의 대구 자연유산을 제대로 보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미래 세대에 물려줄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댓글 많은 뉴스
"촉법인데 어쩌라고"…초등생 폭행하고 담배로 지진 중학생들
유승민 "이재명 유죄, 국민이 尹 부부는 떳떳하냐 묻는다…정신 차려라"
이재명 사면초가 속…'고양이와 뽀뽀' 사진 올린 문재인
스타벅스도 없어졌다…추락하는 구미 구도심 상권 해결방안 없나?
"고의로 카드뮴 유출" 혐의 영풍 석포제련소 전현직 임직원 1심 무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