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환자 외면하는 집단 휴진, 공분(公憤)만 살 뿐이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17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갔다.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필두로 다른 대학병원 일부 교수들도 18일 집단 휴진을 한다. 의협이 정한 날(18일)에 휴진 신고한 병·의원은 4%에 그쳐 당장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협이 "무기한 집단 휴진도 불사한다"고 으름장을 놨고, 세브란스병원 등 다른 대학병원 교수들도 휴진을 계획하고 있어 심각한 진료 공백이 우려된다.

집단 휴진은 명분 없는 직역 이기주의다. 어떤 이유를 내세우더라도 환자를 볼모로 한 집단 휴진은 정당성이 없다. 국민은 "의대 증원 확대를 막는 것이 환자를 지키는 일보다 더 중요한가"라고 묻고 있다. 의협 등 의사 단체들은 정부를 설득하고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논리도 없이, '의대 정원 원상 회복'만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의협 주요 인사들의 거친 언행은 국민의 분노를 자초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서울대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에 대해 "환자의 불안과 피해를 정부 압박용 도구로 쓰고 있다"며 휴진 철회를 촉구했다. 또 "의협은 의료계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의사 사회 내부에서도 비판과 자성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17일 "의대 교수들의 진료 중단은 벼랑 끝에 놓인 환자들의 등을 떠미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거점뇌전증지원병원협의체, 분만병원협회, 아동병원협회 등은 집단 휴진 불참을 선언했다.

집단 휴진은 국민의 공분(公憤)을 초래할 뿐이다. 의협과 대학병원 교수들은 "잘못이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차라리 삭발하고 단식을 하면서 민주화 투쟁과 같이 정부에 대항하는 것이 맞다"는 뇌전증지원병원협의체의 일갈을 곱씹길 바란다. 의협과 대학병원 교수들은 집단행동을 멈춰야 한다. 정부와 의사 단체는 2026년도 이후 증원 계획과 필수의료 지원 등 현실적인 안건을 놓고 대화를 재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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