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학부모의 권한은 어디까지?

경북부 김영진 기자
경북부 김영진 기자

학교에서 학부모의 권한은 어디까지가 적당할까?

최근 경북도교육청은 지난 2020년 결성한 경북학부모회장연합회라는 단체와 관련해 잡음에 시달려 왔다. 올해 신임 회장단 선거 과정에서 출마자에 대한 사전선거운동 등 다양한 투고가 잇따랐고, 교육청 안팎으로 관련 민원이 들끓었다.

급기야 지역구 의원들까지 경북교육청으로 연락하는 등 학부모회장을 넘어 의원들 간 힘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였다. 이번 사태를 겪고 나서 경북교육청은 물론 지역 교육계에서도 학부모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에서 학부모회장연합회를 운영하는 곳이 별로 없는 것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학부모회장연합회의 결성 취지가 기존 운영되던 '학교운영위원회'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무용론이 대두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일각에선 학부모 단체가 정치 등용문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로 언제부턴가 지역 정치인들의 프로필에는 '학교운영위원장, 학부모회장' 등 이력이 늘고 있다.

당초 학교에서 학부모 단체를 운영하는 것은 재정 투명성을 높이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학부모가 교육공동체의 일원으로 교육활동에 적극 참여하게끔 유도하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회장이 학교와 교육청 운영에 이권 개입을 하고, 갑질로 변질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지난해에도 경북교육청이 학부모회를 위해 무료 연수를 진행했는데, 한 회장이 연수 일정이 마음에 들지 않고 본인과 논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북교육청 간부 공무원에게 입에 담기 어려운 욕을 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여론이 나빠지자 갑자기 뒷짐을 진 경북교육청의 행태도 좋게 보기는 어렵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3일 안내문을 통해 '경북학부모회장연합회는 교육청과 별개 조직'이라며 선을 긋고, 그동안 이어 왔던 회의 장소 대여와 공문 발송 등의 업무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각종 무료 연수를 지원하고, 행사 시 단체 행사 관련 보도 자료까지 배포하고도 사실상 별개 조직이라 못을 박은 셈이다.

이번 상황을 두고 외부에서는 경북교육청이 결성한 단체에 교육행정이 학부모 간 싸움을 붙이고는 나 몰라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학부모회장들도 경북교육청의 행태에 대해 섭섭함과 당혹감을 호소하고 있다.

모든 학부모가 학부모 단체를 통해 정치 신인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거나 이권 개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학부모는 사비를 털어가며 봉사하고 아이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역 교육계에서는 대대적인 정비를 통해 제대로 된 학부모 단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북도의회 교육위원회 A도의원은 "실질적으로 예산을 심의하는 학교운영위는 학교에 우호적인 이들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아 제구실을 못 하는 경우가 있다"며 "제대로 된 견제를 할 수 있는 학부모 단체가 없는 학교는 사실상 통제가 안 되는 '무소불위' 권력 집단으로 변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학부모의 적당한 관심은 학교 운영과 교육 환경 발전에 꼭 필요하다는 데 누구나 이견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순수 학부모로 이뤄진 학부모 단체가 운영될 수 있도록 그동안의 아쉬운 점과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경북교육청과 경북도의회에서도 제도적 보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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