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한국인과 결혼 허락해준 아버지, 너무 보고싶어요"

사사끼 세이코 아버지 사사끼 깅야

사사끼 세이코가 일본을 방문했을때 디즈니랜드, 동물원, 수족관에서 함께 했던 아버지 사사끼 깅야(맨 오른쪽).사사끼 세이코 제공
사사끼 세이코가 일본을 방문했을때 디즈니랜드, 동물원, 수족관에서 함께 했던 아버지 사사끼 깅야(맨 오른쪽).사사끼 세이코 제공

"조선인이구나…"

제가 한국인과 결혼한다고 전했을 때 아버지가 했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표정도 안 좋았어요.

그때부터 한국에 온 지 23년의 세월이 흘렀어요. 처음에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시부모님과 살며 생활이 너무 어려워서 3일에 한 번씩 울었어요. 일본에 놀러갔을 때 한국말도 모르고 문화도 모르고 힘들다고 아빠한테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아빠가 걱정하니까 잘 지내는 척 했어요. 아빠가 한국인과 결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실은 아빠를 만났을 때 울 뻔했거든요!

시어머니, 시아버지, 남편이 많이 도와주셔서 제 나름대로 열심히 살다보니 조금씩 한국 생활에 익숙해졌어요. 첫 손자가 된 아들 둘을 보여줬을 때 아빠는 너무 좋아했고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데도 한국 이름으로 열심히 불러주셨지요. 저는 '한국'이라는 나라와 남편을 받아 주신 거 같아서 기뻤어요.

올림픽 종목에 '한국 이주여성'이라는 게 있었다면 일본 대표선수가 되어 금메달을 딴 기분이었어요. 손자 둘 데리고 디즈니랜드, 동물원, 수족관 등... 많이 놀러 갔었는데 기억하세요? 유모차를 밀어주기도 하고 안아주기도 하셨지요. 20년이 넘은 지금도 손자들은 "할아버지와 놀러 갔을 때가 가장 즐거웠다"고 해요.

아빠는 집을 지을 때 아빠가 회사 다니기 편한 곳에 집을 지으셨으면 좋았을 텐데 엄마와 우리가 편안하고 살기 좋은 곳에 살라고 회사까지 2시간 이상 걸리는 곳에 집을 지었어요. 추운 날에도 더운 날에도 출퇴근을 하시고 40년 넘게 쉬지도 않고 일을 하셨지요. 피곤하다거나 힘들다거나 하는 아빠의 약한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존경할 수 있는 위대한 아빠예요. 정말 고생 많으셨고 감사해요. 이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요? 선물을 드리고 싶어도, 용돈을 드리고 싶어도 이젠 이 세상에 안 계시네요. 아빠가 돌아가신 지 벌써 15년이 지났어요.

아빠~ 나의 사랑하는 남편은 어때요? 아빠보다 더 좋은 사람일지도 몰라요. 청소, 빨래를 해주고, 제 손톱, 발톱을 깎아주고 아내로서 당연한 일인데 반찬만 만들어도 일본어로 "고맙다"고 말해줘요. 저만 보고 저만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이런 남자는 일본에 있었다면 못 찾았을 거예요. 한국에 시집가는 것을 허락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빠에게 사과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어요. 아빠는 요리도 잘하시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중에서도 돈까스를 맛있게 잘 만드셨지요. 제가 돼지고기를 못 먹어서 아빠가 만드신 돈까스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한국에 와서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돈까스를 정말 좋아하게 되었는데 아빠가 살아계실 때 아빠 돈까스를 못 먹어서 죄송해요.

아빠~ 위대한 아빠가 남겨주신 성실하고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고 남편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만들게요. 언젠가 저 세상에서 만나면 그때는 '잘했다'고 칭찬해 주세요. 사랑해요 아빠~ 앞으로도 응원해 주세요!  

    

사랑하는 딸 세이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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