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해한 모친, 8개월 방치한 전교 1등 아들 "맞아 죽겠구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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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방송 화면 캡처

▶전국 1등을 강요한 어머니를 살해한 뒤 시신을 8개월 동안 방치한 혐의로 징역 3년을 복역한 남성이 출소 후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시 심경과 현재 근황을 전했다.

지난 17일 첫 방송된 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에는 지난 2011년 발생한 '전교 1등 아들의 모친 살해 사건'의 아들인 A군이 등장했다.

이 사건은 2011년 3월 13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3 수험생이던 A군은 안방에서 자고 있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이어 시신을 같은 해 11월 23일까지 약 8개월간 안방에 방치했다.

A군은 안방에 있는 어머니의 시신이 부패해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문틈을 공업용 본드로 밀폐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5년 전 가출을 한 뒤 집에 온 아버지가 악취를 느끼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범행이 발각됐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A군은 유년 시절에 대해 "공부와 관련해서 기억나는 것 첫 번째는 초등학교 4학년, 쉬는 날 기준으로 11시간 정도 공부했었다.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했었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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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캡처

▶그러나 A군이 커가면서 어머니의 성적에 대한 집착은 심해졌다. 평소 그의 어머니는 "전국 1등을 해야 한다" "꼭 서울대 법대에 가야 한다"고 압박했다. A군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밥을 안 주거나 잠을 못 자게 하면서까지 공부를 시켰고 그는 극한의 학업 스트레스를 겪었다.

A군은 "중1 첫 시험 때 전교 2등을 했다. 기쁜 마음으로 소식을 전했는데 혼나면서 맞았다. 전교 2등으로 만족했다고, 올라갈 생각을 해야지 하더라. 약간 억울했지만 다음 시험에서 1등을 해서 기쁘게 갔는데 '전국 중학교가 5천 개인데 넌 5천 등으로 만족할 거냐'고 또 혼이 났다"고 밝혔다.

이어 "어렸을 때 종아리를 회초리로 맞았다. 초4 때는 알루미늄 노가 찌그러지도록, 5~6학년 때는 대걸레 봉으로 맞았다. 중학교 때는 나무로 된 야구 배트로 맞았다. 아버지가 집에 오면 (체벌이) 멈췄기 때문에 '언제 들어오시나' 하면서 기다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제가 태어났을 때 엄마가 저의 20년 교육 플랜을 시작했다더라. 그걸 들었을 때 영화 '트루먼 쇼'처럼 충격을 받았고 섬뜩했다"고 말했다.

▶이후 별거 중이던 아버지가 외도로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자, 어머니의 공부 집착은 더욱 심해졌다. 어느 순간 공부도 싫어지고, 외고 입시에도 떨어진 A군에게 어머니는 7번 아이언 골프채로 때리기 시작했다.

반항도, 가출도 소용없었던 A군은 어머니에게 맞지 않기 위해 성적표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이후 사건 당일 밤새 9시간 동안 골프채로 수백대를 맞았던 A군은 "그때 탁상 달력이 눈에 들어왔는데 가슴이 철렁했다. 학부모 입시 상담 날을 보고 모든 게 다 끝나겠다고 생각했다. 엄마한테 맞아 죽겠구나 싶었다. 너무 무서웠고 그다음으로 죽기 싫다고 생각했다"면서 엄마를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아내의 체벌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밝힌 남편은 "애가 목욕할 때 본 적 있었다. 회초리 자국이 있어서 아내와 많이 싸웠다. 근데 아이 엄마의 성향이 나보다 강하다 보니 거기서 내가 그냥 졌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알면서도 싸워봐야 내가 지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A군은 "(어머니를 살해하고) 사람 같지 않게 살았다. 어머니를 옮긴다거나 숨긴다는 생각은 안 했다. 처음에는 (안방) 문도 안 닫았는데 시간이 지나 냄새가 나서 문을 닫고 거실 불을 켜고 살았다. 죄책감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최고의 사랑을 주셨다. 인생을 갈아 넣어서 저를 키워주셨다. 저는 어머니께서 점점 더 힘들어하실 때, 점점 더 저한테 푸시했을 때, 이제야 해석되는 건 어머니께서 점점 더 불안하고 두려워지셨다는 것"이라며 "어머니께 내가 아니어도 어머니는 대단하고, 귀한 사람이고,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위로해 드리지 못한 게 후회된다. 만약에 돌아갈 수 있다면, 어머니께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존속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A군은 자신의 신청으로 국민참여재판을 받았다. 존속살해의 경우 기본 형량이 징역 7년 이상이지만 배심원들은 살해 동기에 참작할 여지가 있다며 '형을 감경할 것'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재판부도 이를 감안해 '징역 단기 3년, 장기 3년 6개월'로 비교적 가벼운 형을 선고했다.

지난 2015년 말 형기를 마친 A군은 현재 결혼해 두 아이를 둔 평범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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