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출산율 높인 일본 산골 마을의 비결

정욱진 편집국 부국장 겸 대구권본부장

정욱진 편집국 부국장 겸 대구권본부장
정욱진 편집국 부국장 겸 대구권본부장

일본 혼슈(本州) 서부 오카야마현(岡山縣)의 작은 마을인 나기초(奈義町). 인구 6천 명 남짓의 이 산골 마을이 지난해 초 일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언론의 관심에 이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직접 시찰까지 다녀간 이유는 이 마을의 놀라운 출산율 때문이다.

나기초의 합계출산율은 2.95명. 지난해 일본 전체의 합계출산율(1.33명) 보다 두 배 이상 높고, 전 세계 최저 수준인 0.78명까지 떨어진 우리나라 출산율과는 3배 이상 차이 나는 수치다. 나기초의 어떤 점이 이런 경이로운 합계출산율 수치를 만들었을까. 이 마을도 2000년대 초반까지는 극심한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에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출산율도 곤두박질쳤다고 한다. 2002년에는 주변 지방자치단체와의 합병을 묻는 주민투표까지 실시되는 등 소멸 우려까지 감돌았다.

일본 언론들은 나기초가 '기적의 마을'이 된 데에는 나기초의 포괄적인 육아 지원 정책이 있다고 보도했다. 나기초는 공무원과 지방의회 의원 수를 기존보다 20~30% 줄이는 방식까지 동원해 출산 및 육아 지원 재정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출산부터 육아, 교육 지원에 이르기까지 20개에 달하는 포괄적인 육아 지원 항목을 신설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연간 2억엔 이상의 재정을 육아 지원에 쓰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중요한 나기초만의 포인트가 있다. 나기초의 행정 담당자는 지난해 마을을 방문한 기시다 총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이를 더 낳고 싶은데 못 낳는다고 하는 사람에게 이유를 들어 보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보육과 교육에 돈이 많이 든다'는 경제적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심리적, 육체적으로 부담이 심하다'는 것이에요. 경제적 지원은 다른 지역도 하지만, 우리는 육아 부담을 줄이고 '내가 응원받고 있다' '육아가 즐겁다'고 느낄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지원하는 정책을 실시해 왔다는 점이 다릅니다. 지역 전체가 아이 키우는 집을 응원하고 도와야 부모는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어요."

나기초의 모든 지역사회가 가진 저출생에 대한 절실함과 지역 소멸을 우려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나기초의 놀라운 출산율을 만든 비결인 셈이다. 나기초로 이사 온 한 신혼부부는 일본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기초에서는 지역 전체가 아이를 키워 주는 느낌"이라고 했다.

올 초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상북도가 이런 나기초를 벤치마킹해 전국 최초로 '일자리 편의점'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자리 편의점은 일과 돌봄 병행을 희망하는 부모를 대상으로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듯 단기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한다는 제도다. 부모가 일하는 시간 동안 자녀를 24시어린이집이나 돌봄센터 등에 맡길 수도 있다.

임신과 출산, 육아, 자녀 교육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우선 대상으로 해 이들의 경제적 안정을 돕고, 육아 지원은 물론 새 출산으로까지 이어 가게 한다는 것이 경북도가 노리는 전략이다.

1974년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제작한 표어.
1974년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제작한 표어.

한때 아이가 많이 태어나던 시기, 우리나라에는 '1974년은 임신 안 하는 해'라는 다소 엽기적인 가족계획 캠페인 표어도 있었다. 불과 40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나기초 청사 외벽에는 '육아 응원 선언의 마을, 어린이 모두를 응원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고 한다. 조만간 경북도청 외벽에도 '지역민 모두가 아이를 함께 키웁니다'라는 문구가 펄럭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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