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수출 규제 등으로 군수품 제작에 필요한 부품 확보가 어려워지자 중국 시장에서 중고 부품을 암거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품 암거래에는 러시아 군수품 공급 업체인 AMG가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 보고서 등을 인용해 러시아가 중국 현지 공장에 남아있는 중고 정밀 기계 등을 암거래로 사 모으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AMG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일본 정밀기계업체인 쓰가미가 제작한 컴퓨터 수치제어(CNC) 장비에 대한 수입을 늘렸다. CNC는 금속 정밀 가공 등을 가능하게 해 군수 산업에 필수적인 장비로 알려져 있다.
AMG는 2021년에는 일본 공식 공급 업체를 통해 60만달러(약 8억3천만원)어치의 쓰가미 장비를 구매했지만, 전쟁이 발발한 이후인 지난해에는 두 곳의 암거래상을 통해 장비 구입 규모를 5천만달러(약 690억원)로 늘렸다.
암거래상 두 곳은 아랍에미리트(UAE)에 본사를 둔 '아르메지노'(Amegino)와 미국 공작 기계 유통업체의 한 부서로 위장하고 있는 'ELE Technology'였다.
ELE는 웹사이트를 통해 미국 일리노이주에 창고가 있다고 공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 선전에 있으며, 벤슨 젱이라는 중국인 무역상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T는 쓰가미가 더는 ELE에 직접 물건을 공급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ELE 웹사이트에는 여전히 2001∼2005년에 제조된 쓰가미 중고 기계가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러시아 회사인 'UMIC'도 부품 조달에 이용되고 있었다. UMIC는 AMG와 달리 아직 서방의 제재 대상에 올라가 있지 않았지만, 소유주가 AMG 소유주와 부부관계인 것으로 추정됐다.
FT에 따르면 UMIC는 이스라엘, 일본, 한국, 독일, 스웨덴, 스위스 등에서 만들어진 공작 기계와 부품을 사 모으고 있었다. 이들 물품은 중국이 기반을 두고 있는 협력업체를 통해 위안화로 구매된 뒤 중국에서 러시아로 배송됐다.
C4ADS 분석가 앨런 마가드는 "수십 년 된 공작 기계가 러시아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며 "부품이 20∼30년 됐다고 무기 제조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중고 시장에서는 제재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경제산업성은 주요 7개국(G7)과 협력해 이런 제제 회피 조치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산업성은 "많은 나라가 이런 중고품 거래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본은 우회 업체 등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수집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제재 대상에도 추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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