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보세창고를 예술공장으로

박상봉 시인

박상봉 시인
박상봉 시인

도시가 발전하려면 예술에 길을 물어야 한다. 예술은 사람을 끌어들인다. 사람이 모이면 산업이 부흥하고 기업도 몰려온다. 예술의 부흥으로 경제발전을 가져온 르네상스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구미산업단지의 변화를 모색하는 리모델링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경북 구미시 공단동의 '보세장치장'(일명 '보세창고')이 '예술문화 공간'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어 시선을 끌고 있다.

과거 구미수출산업공단(한국산업단지공단 경북지역본부 전신)은 1972년 8월 공단본부 경내에 2동 212평의 보세장치장을 건립, 수출입 물량의 원활한 통관을 지원했다. 이후 증가하는 물량에 대비하기 위해 구미 1공단로 제1단지 지원시설 구역에 대지 2천 평 건평 640평의 보세장치장을 1979년 12월 30일 이전(移轉) 준공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구미 보세장치장은 수출기업의 물류 보관 창고로 사용됐으나 몇 해 전부터는 쓰임새 없는 유휴공간으로 남게 됐다.

구미 보세창고는 근로자, 시민을 위한 공연, 전시 등 문화적으로 다양한 활용 가치가 높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근로자와 시민들에게는 고급문화 예술을 누리는 기회를 제공하고 작가들에게는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창작 의욕을 북돋우는 가치 있는 레지던스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나아가 산업도시 구미의 이미지를 살리는 효과뿐 아니라 공단 내 유휴공간의 문화 예술적 공간 재창조를 통해 낭만 문화도시 구미의 위상을 드높이는 예술공장으로 주목받는 상황이다.

'보세창고'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일은 활력을 잃어가는 산업도시 구미를 문화적 재생을 통해 다양성과 포용성을 갖춘 '산업 문화도시'로 변화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미 '보세창고'를 문화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차별화된 시도들이 체계적으로 진행된다면 산업도시 이미지 개선과 관광객·외부 인구 유입 등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인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해주는 것이 예술이다. 예술은 사람을 바꾸는 힘, 더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갖고 있다. 경제부흥, 국민 행복과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서 예술과 문화가 가진 힘에 눈을 떠야 할 때이다. 문화도시를 이루는 시설이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지역주민들이 주인이 돼 스스로 길을 찾고 만들어가는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다.

지방을 살려야 나라가 산다. '도시의 문화적 재생'을 통해 '다양성과 포용성을 갖춘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도록 문화예술과 경제를 연계한 멋진 '컬처노믹스(Culturenomics)' 계획이 많이 쏟아져나와 소멸해가는 지방이 되살아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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