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격, 영주문화관광재단의 비상식적 채용 방식

영주문화관광재단 채용 과정이 불공정 시비에 휩싸였다. 30여 명의 인력을 뽑는 절차는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재단 업무를 총괄하는 현직 사무국장이 신설되는 '본부장'직에 응시한 것이 세간의 도마에 올랐다. 공모 채용 절차를 관리·감독해야 할 사람이 직위를 유지하며 상위직에 응시한 것이다. 심판이 선수로 뛴 격이다.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떤 기관이나 단체의 현직자가 해당 기관이나 단체의 공개 채용에 참여하려면 사전에 사직하거나 직무에서 배제되는 게 당연한 상식이다. 공공의 영역이라면 더욱 그렇다. 영주문화관광재단 본부장 공모 응시자는 말썽이 인 사무국장을 제외하고도 10명이었다고 한다. 본부장 공모에 도전할 정도면 그 나름의 경력과 문화적 역량에 자부심을 갖춘 인물들일 것이다.

재단 측은 공정하게 채용 절차를 진행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른 응시자들에게 공정하게 비쳤을지 의문이다. 자기소개서와 직무수행계획서에 '학교명, 출생지, 부모 직업 등 개인 신상을 직·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기재할 경우 감점을 받을 수 있다'고 제아무리 못 박고, 그 나름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했다 하더라도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불신을 떨칠 수 없는 게 응시자들의 공통된 심경일 것이다.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이나 영주문화관광재단 채용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할 게 아니다. 법적으로는 문제없다지만 이런 식으로 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건 철퇴를 가해야 할 폐습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공모 과정을 방관한 영주시도 행정적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볼 수 없다.

몇 해 전 지역 문화계에서 비슷한 전례가 있었다. 2020년 대구시 행정사무감사에서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셀프 채용'이 언론과 대구시의회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당시에도 채용 과정의 실무 책임을 맡고 있는 직위의 인물이 공개 채용이 예정된 상급직에 응시해 논란이 됐다. 외부인이 다수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거치므로 법 위반 사안은 아니었지만 절차적 흠결이 크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당사자가 해당 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불신을 자초한 영주문화관광재단은 각성해야 한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규정도 정비해야 한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선비촌과 선비세상, 선비문화수련원 등은 혈세만 축낸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들 시설을 한데 묶어 새롭게 출발해 보겠다는 영주문화관광재단의 의지가 시작도 전에 꺾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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