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7월 23일 치러지고, 오는 6월 23일부터 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국민의힘은 총선 참패 이후 비상대책위를 꾸렸지만 의미 있는 변화도 쇄신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11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하며 국회 독주에 나섰지만 여당은 등원도, 당외 투쟁도 못하는 무기력만 보이고 있다. 야당이 상임위를 열어 입법 속도전을 벌이고 있지만 여당은 속만 태우고 있다.
당이 무기력에서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위원장이 전대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총선 참패 다음 날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난 뒤 석 달 만에 다시 당을 이끌려고 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전 비대위원장 출마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선거에 일찌감치 '친윤이냐, 비윤이냐"가 아니라 '한동훈이냐, 비한동훈이냐'가 관심이었다.
실제 여론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8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대표 선호도를 물었다. 응답자의 29%가 유승민 전 의원을, 27%는 한 전 위원장을 꼽았다. 안철수 의원(10%), 나경원 의원(9%),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6%), 김재섭 의원(2%), 윤상현 의원(1%)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를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하면 답변이 달랐다. 한 전 위원장이 59%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원 전 장관(11%), 나 의원(10%), 안 의원(7%), 유 전 의원(6%), 김 의원(1%), 윤 의원(1%) 등이었다.
보수 성향 응답자 중에서도 한 전 위원장이 44%로 선두를 달렸다. 그 뒤론 유 전 의원(14%), 나 의원(10%), 원 전 장관(10%), 안 의원(9%) 등 순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전 위원장은 당대표에 무혈입성이 가능할까? 당대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출마 명분, 지원 세력, 출마 동력, 타이밍 등이 필요하다.
그의 지원 세력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있다. 정치 경력이 짧은 탓에 정치적 조언 그룹도 부각되지 않고 있다. 언론에서는 진중권 전 교수, 신지호 전 의원 등이 자문그룹이라고 보도됐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장동혁·박정훈 의원 등이 돕고 있다. 공식 출마 선언을 하면 당내 중진들도 그를 도울 가능성이 있다.
한 전 위원장의 출마 결심에는 총선 백서 논란도 한 몫했다. 친윤 그룹이 총선 참패의 원인을 한 전 위원장에게 덮어씌우려는 의도가 역설적으로 그의 출마를 부추겼다는 얘기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외면하지 않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까지 자신에게 넘기려는 당의 행태를 두고 볼 수 없었다는 얘기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그를 두고 폐세자 운운하면서 비난한 것도 오히려 출마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한 전 위원장의 출마는 명분이 약하다. 비대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 총선 참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통령의 실책과 낮은 지지도가 참패의 원인이다. 그렇다고 '이조심판론' '운동권 심판론' 등 네거티브 전략에만 의존한 한 전 위원장의 전략도 패배의 큰 빌미였다.
선거 다음날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사퇴했다. 그런 그가 몇 달 만에 복귀하려면 설명이 있어야 한다. '정치=명분'이라고 생각하는 당원과 국민들에게 왜 출마를 하는지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지리멸렬한 국민의힘의 쇄신 방향과 미래 비전도 내놔야 한다. 거대 야당에 맞서 무전략, 무대응으로 쩔쩔매는 당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청사진도 필요하다.
용산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 대통령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시점에 당과 용산 간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는 대단히 중요하다. 당·용산 일체만을 강조해서도, 당·용산 분리에 집착해서도 안 된다. 건강한 당과 용산 관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대통령을 비롯해 친윤들이 당내 선거에서 전만큼 힘을 발휘하지는 못해도 당의 주류다. 비윤인 한 전 위원장에 맞서 친윤 후보를 내세우려 할 것이다. 원희룡 전 장관, 나경원 의원 등이 후보다. 보수 여당의 속성상 당원들은 대통령이 지원하는 후보들을 마냥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 당원들을 안심시킬 전략도 필요하다. 용산과 갈등 일변도로 가서는 '어대한'이 흔들리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2027년 대통령 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는 당대표는 대선 1년 6개월 전에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차기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내년 9월 전에 그만둬야 한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대표가 되면 어떻게 할 지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 당대표 출마설이 나도는 윤상현 의원은 "이 질문에 정정당당하게 밝히고 출마해야 한다. 그게 한동훈답다"고 강조했다.
선거에 패한 대표가 이처럼 짧은 기간에 복귀하는 건 전례가 없다. 총선 패배에 이은 당대표 도전이 한 전 위원장 정치 인생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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