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일자리 편의점’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저출생과 전쟁'을 선포한 경북도가 야심 찬 정책을 내놨다. '일자리 편의점'이다. 최근 경북도는 전국 처음으로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의 구인·구직을 위한 편의점을 만든다고 밝혔다. 일자리 편의점 1호점은 구미에 들어서고, 다른 시·군에도 확산된다. 일자리 편의점의 목적은 완전 돌봄 정착, 여성 경력 단절 해소를 통한 '출생률 높이기'다.

'편의점' 명칭에는 소비자가 물건을 사듯이 경단녀가 편리하게 단기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뜻이 담겼다. 고객은 일과 돌봄의 병행을 원하는 주민이다. 공공기관과 기업이 최장 3개월짜리 일자리를 제공한다. 일자리 편의점은 출산·육아 휴직자의 대체 인력이 필요한 사업장과 일손을 구하기 힘든 소규모 일터에서도 유용할 것이다. 일자리 편의점은 돌봄센터·여성일자리센터 등에 조성된다. 일터 곁에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일자리 편의점의 원조는 일본 오카야마현(縣) 나기초(町). 인구 5천700명의 나기 마을은 '저출생 대응'의 성공 사례다. 나기초는 2002년 저출생 대책을 시행했다. 행정·재정 개혁으로 연간 1억엔 이상의 보육 예산을 확보했다. 육아 정책이 24개나 된다. 대표 정책이 '시고토엔(사단법인 명칭) 편의점' 사업이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싶은 여성뿐 아니라 노인에게도 일자리를 알선한다. 2012년 나기초는 '육아 응원 선언'을 발표했다. "어린이들은 고령자와 더불어 나기초의 소중한 보물이다. 가정·지역·학교·행정 모두가 손을 잡고 지역 전체가 육아를 뒷받침하는 마을을 지향한다." 요약하면,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아프리카 격언)는 뜻이다.

나기초의 사례가 저출생 대책의 '정답'은 아니다. 나라와 지역마다 경제·문화·행정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무조건 벤치마킹'은 금물이다. 손가락만 보지 말고 달을 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나기초에서 본받아야 할 게 있다. 지자체의 집념(執念)과 정책의 일관성이다. 나기초는 실패에 꺾이지 않았다. 뼈를 깎는 노력도 했다. 복지 외에 다른 예산을 줄이고, 줄였다. 정책 입안 때 주민 의견을 반영했다. 우리는 어떤가? 단체장이 바뀌면 호떡 뒤집듯 정책을 번복하지 않았나. '삐까뻔쩍'한 건물을 짓느라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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