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화마와 싸우는 현장 소방관을 승진 심사에서 우대하라

해마다 소방관 4명이 순직하고, 400명이 다친다. 대부분 불을 끄다가, 사람을 구하다가 생긴 희생이다. 국민들은 순직 소방관들을 '영웅'으로 추앙하고, 정부는 특진·훈장으로 예우한다. 그러나 막상 승진 심사에서는 현장 소방관들이 내근직보다 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대구소방지부가 18일 "대구소방안전본부가 승진 심사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에도, 수년째 개선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구소방본부의 상반기 인사에 대해 '현장 직원보다 내근 직원의 승진 비율이 크게 높아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소방노조에 따르면 소방령(5급 상당) 승진 대상자 경우 직속 기관(소방서) 소속(89%)이 본부 소속(11%)보다 8배 많지만, 승진자는 각각 7명으로 같았다. 소방경(6급 상당) 승진도 마찬가지다. 승진 대상 중 내·외근 부서의 비율은 25%대 75%다. 그러나 승진자(32명) 중 내·외근 비율은 69%대 31%로 역전됐다. 이와 관련, 노조는 "현장 대원들의 심사 승진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고 주장했다.

소방관 인사의 형평성 논란은 대구소방본부만의 문제도,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승진 인사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소방노조의 성명 발표가 매년 여기저기서 반복되고 있다. 내·외근의 승진 인사 차별은 현장 소방관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소방관들이 승진에 유리한 내근직만 선호하면, 누가 위험을 무릅쓰고 불을 끄고 인명을 구하려 하겠나. 현장 경험이 일천한 소방관이 간부가 되면, 현장 지휘도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 화재 현장에는 베테랑도 필요하다.

조직 관리의 핵심은 인사다. 현장 소방관을 홀대하는 승진 인사가 계속되면, 소방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하다. 소방 당국은 소방노조의 지적을 단순한 불평·불만으로 여겨선 안 된다. 인사 평가 시스템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불공정한 기준을 개선하고, 잘못된 관행은 없애야 할 것이다. 차제에 현장 소방관에 가점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길 바란다. 소방 조직은 '책상'이 아닌, '현장' 중심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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