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밀양 성폭행 가해자 "200만원 기부, 부모님 암 수술" 자필 사과문

"고통 속에 지내오셨다니 죄송한 마음"
"용서 바라지 않아, 살아가며 사죄하며 살겠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당시 가해자들이 경찰에 붙잡혀 온 모습. MBC 보도화면 캡처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당시 가해자들이 경찰에 붙잡혀 온 모습. MBC 보도화면 캡처

20년 전 발생한 밀양 집단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자필 사과문을 쓰고 피해자에게 후원금을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유튜브 채널 '전투토끼'는 20일 가해자 박모 씨로부터 메일을 받았다며 '밀양 가해자 박○○ 최초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공개된 영상에는 박 씨가 작성한 2장의 자필 사과문이 담겼다. 박 씨는 사과문을 통해 "무슨 말을 해도 공분을 살 것 같아 두렵고 후회스럽다. 피해자분께 너무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며 "직접 하는 것도 실례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고 했다.

이어 "20년 전 그 당시 고등학생으로 어리석고 바보 같은 행동으로 피해자분께 평생 동안 지워지지 않을 죄를 지었다"며 "지금도 고통 속에 지내오셨다니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특수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피해자와 합의가 돼 소년재판으로 넘어가면서 1호, 3호 처분을 받고 사회봉사를 했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또 "그때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문제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차라리 그때 처벌이라도 제대로 받고 사과했다면 피해자분과 국민들의 분노가 조금이나마 덜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사건들로 혼자서 많이 좌절하고 허송세월 흥청망청 살다 보니 40이 다 돼가는 나이가 됐다. 유튜브에 제 사진이 공개되고 제 악행이 얘기될 때 놀라기도 했지만 '제가 이런 놈이구나' 다시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을 향해서도 "평생을 외식 한 번 안 해보고 농사만 지으시다 암 수술하신 부모님께 너무나 송구스럽고 죄스럽다. 용서를 바라지 않는다. 살아가며 또 사죄하며 살겠다"고 했다.

박 씨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밀양 성폭력사건 피해자 지정후원'으로 200만원을 기부한 영수증도 함께 첨부했다. 그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가진 것, 잘난 것 없지만 조금씩이나마 피해자분 몰래라도 조금씩 합의금 명목 삼아 후원하겠다"고 말했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44명의 남학생이 1년간 여중생을 성폭행한 내용이다. 가해자들은 피해 상황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신고하면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당시 가해자들은 1986~1988년생 고등학생이었고, 검찰은 성폭행에 직접 가담한 일부를 기소했고 나머지는 소년부에 송치하거나 풀어줬다. 기소된 10명도 이듬해 소년부로 송치됐지만 보호관찰 처분 등을 받는 데 그쳤다.

특히 이 사건은 44명의 가해자 중 단 한 명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국민적 공분을 샀다. 해당 사건을 소재로 영화 '한공주', 드라마 '시그널'이 제작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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