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허리에 손 올리고 팔짱"…갑질 공무원들 사과 자세도 '불량'

지난 17일 갑질을 한 치킨집을 찾아 사과한 중구청 공무원들. 보배드림 갈무리
지난 17일 갑질을 한 치킨집을 찾아 사과한 중구청 공무원들. 보배드림 갈무리

대구 중구청 공무원이 치킨집에서 갑질을 해 시민들의 공분을 산 가운데 이들의 사과 모습이 담긴 사진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팔짱 끼고 허리에 손을 올리고 사과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대구 중구청의 거짓된 사과'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치킨집에 행패 난동 갑질 협박한 대구 중구청 X들이 다시 찾아가 사과했다는 장면"이라며 사진 2장을 함께 올렸다.

해당 사진에는 세 명의 남성이 등장하는데, 한 명은 팔짱을 끼고 있고 다른 한명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있다. 또 나머지 한명은 정자세로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A씨는 사진 속 남성들이 갑질을 한 중구청 직원이라며 "저게 사과하는 자세냐? 제가 46년 살면서 저런 자세로 사과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분개했다.

이어 "저건 사과하는 자세가 아니라 싸우자는 자세"라며 "팔짱을 끼고 옆구리에 손을 올리고 사과하는 사람 본 적 있느냐.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A씨가 올린 두 장의 사진은 최근 KBS에 보도된 화면의 일부 장면과 같은 사진이었다. KBS는 최근 보도에서 갑질 논란의 당사자가 치킨집을 찾아 사과 의사를 전했지만, 치킨집 사장은 마음이 힘들어 가게를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사과를 가장한 협박" "미안함을 전하는 자세가 아닌 건 분명하다" "허리에 손은 마지막 자존심"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무원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논란은 지난 13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한 업주가 대구 중구청 직원의 '갑질'을 폭로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업주는 지난 7일 치킨집에 방문한 손님 4명 가운데 한 명이 가게 바닥에 일부러 맥주를 붓고 업주의 아내에게 폭언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4명 중 중구청 직원이 포함돼 있었고 이들 일행이 "나 여기 구청 직원인데 내가 이런 가게는 처음 본다. 바로 장사 망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도 덧붙였다.

업주는 "맥주를 바닥에 일부러 붓고 아내에게 2명이 욕설과 협박을 하는 장면을 보니 그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저 자신이 너무 초라했고 아내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아서 너무 마음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후 중구청은 갑질 공무원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했고 4명 모두 구청 직원인 것을 확인한 후 지난 18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류규하 구청장은 "물의를 일으킨 직원의 맥주 사건과 관련해 업체 사장님과 주민 여러분, 이번 사건을 접하신 많은 분께 사과 말씀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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