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버지 이재명' 영남유림들 뿔났다…"아부의 극치, 남인 예법 어디에 있나"

성균관유도회경북도본부 등 영남유림단체 대표들 성명
겸손과 검소·배려했던 퇴계 삶 왜곡·폄훼 정치현실 개탄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경'과 '배려'로 존경하는게 예법
강민구 최고 사죄, 이재명 대표도 집안 단속 사죄 촉구

더불어민주당 강민구 최고위원의
더불어민주당 강민구 최고위원의 '영남 남인 인사예법' 발언에 대해 영남 유림단체 대표들이 퇴계선생과 영남 선비들의 삶의 철학을 왜곡한 처사라는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4월 김준혁 당시 민주당 후보의 퇴계선생 성관계 지존 관련 책 저술 내용을 규탄하는 모습. 매일신문 D/B

최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강민구 대구시당위원장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 언급한데 대해 영남지역 유림단체 대표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성균관유도회경북도본부를 비롯해 영남유림단체 대표들은 23일 "영남 남인의 예법 어디에 '아버지' 운운하는게 있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자신의 발언의 허물을 덮기 위해 영남 남인의 예법을 언급한 강 최고를 강하게 규탄했다.

강민구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재명 대표에게 "더불어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라 한 발언이 논란이 되자,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는 글을 올렸다.

'남인'은 조선시대 영남 선비들이 중심이었다. 중앙 정치와 권력보다는 국가통치 철학을 비롯해 인본주의적 후학 양성과 '영남만인소'로 대표되는 집단지성을 이루었다.

강 최고의 발언은 마치 퇴계 이황의 학풍을 이어받은 영남 양반의 인사 예법인 것처럼 호도되면서 영남 유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

유림단체들은 "김준혁 국회의원이 출간한 책에서 퇴계 선생과 관련, '성관계 방면 지존'으로 표현, 퇴계 후학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퇴계를 폄훼해 결국 영남 유림들에게 고개숙여 사죄한 일이 엊그제 같다"며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대를 배려하려 했던퇴계 선생의 삶과 철학이 왜곡 당하고 폄훼 당하는 작금의 정치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이들은 "도대체 영남 남인의 예법 어디에 '아버지' 운운하는 아부의 극치스러움이 있단 말인가?. 퇴계 이황의 학풍을 이어받은 영남 양반 인사 예법 어디에 새의 깃털처럼 가벼운 언행이 있단 말인가?"라며 "조선 성리학의 거유인 대학자 퇴계 이황 선생은 자신을 끝없이 낮춤으로써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또, 그럼으로써 자기도 완성시키고 다른 사람도 완성시키고자 했다"고 덧 붙였다.

특히, 자신보다 26살이나 어린 학자 고봉 기대승과의 8년간의 사단칠정 논변을 예로 들면서 "상대를 존중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존경하는 마음"이 진정한 영남의 인사 예법임을 밝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민구 최고위원의
더불어민주당 강민구 최고위원의 '영남 남인 인사예법' 발언에 대해 영남 유림단체 대표들이 퇴계선생과 영남 선비들의 삶의 철학을 왜곡한 처사라는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4월 김준혁 당시 민주당 후보의 퇴계선생 성관계 지존 관련 책 저술 내용을 규탄하는 모습. 매일신문 D/B

유림단체 대표들은 "이렇듯 퇴계 후학을 비롯해 영남 유림들은 퇴계 선생으로부터 '경'과 '배려'를 배우고, 삶속에서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경'은 나이와 지위를 떠나 사람에 대한 공경과 존경이 담겨있다. '배려' 또한 한쪽이 일방으로 높이 솟구쳐 독야청청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함이 내포돼 있다"고 강 최고의 언행을 규탄했다.

이들은 "한 나라 거대 야당의 최고위원이라는 인사가 자신의 가벼운 언행을 덮기 위해 영남 인사 예법을 운운하는 모습에 영남 유림들의 비통함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지경"이라며 "존경과 인사의 예법은 몇 마디의 혀끝에서 나오는게 아니다. 자신의 정치적 영달을 위해 아부의 극치를 존경의 마음으로 포장하는 처사는 나랏일을 하려는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비난했다.

유림단체 대표들은 ▷강민구 최고위원은 퇴계 학풍을 왜곡하고 영남 남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것에 대해 조속히 사과하고, 매사 언행에 신중하기를 촉구 ▷이재명 대표는 소속 정치인들에게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유학자들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자중하고, 영남 유림들에게 사죄할 것을 촉구했다.

이재업 성균관유도회 경북도본부 회장은 "말과 행동에서 품격이 묻어 나는 인사야 말로 영남 남인들이 지켜가고자 하는 인사 예법이다. 존경과 배려를 담은 말과 행동에서 정치인의 품격을 담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