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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금리 2%대 진입, 가계대출 급증 우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따라 시장금리가 급락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하단이 2%대까지 떨어졌다. 이는 약 3년 전 수준으로, 대출자들에게는 큰 이익이 된다. 5억원을 빌릴 경우 작년 말 대비 연 원리금 상환액이 수백만 원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디레버리징이 끝나고 차입 투자 열풍이 다시 불어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이달 들어 20일 만에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이미 4조 원 이상 늘어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가 연 2.940∼5.445%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약 한 달 반 전보다 하단이 0.540%포인트 낮아진 결과이다. 같은 기간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895%에서 3.454%로 0.441%포인트 급락했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금리도 연 4.330∼6.330%에서 4.160∼6.160%로 하락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과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와 정부의 언급 등으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금리도 연 저점에 이르렀다"며 "이에 따라 은행채 5년물을 따르는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도 2%대에 진입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채 5년물 금리 변동을 매주 월요일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반영한다"며 "지난주 3.09%였던 혼합형 금리 하단이 이번 주 월요일부터 2.99%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약 2년 10개월 만에 다시 찾아온 2%대 주택담보대출 금리이다.

변동금리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가 한 달 반 전보다 하단이 0.106%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시장금리 하락이 예금 금리 등을 거쳐 변동금리 지표인 코픽스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이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대출 금리 하락 폭은 더 크며, 그만큼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뚜렷하게 줄었다. 한 은행의 내부 분석에 따르면, 작년 말 5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대출자의 연 원리금 상환 총액은 2천790만6천319원이었으나, 현재는 2천411만4천913원으로 감소했다. 변동금리가 4.74%에서 3.74%로 1%포인트 낮아졌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와 혼합형 금리의 하락으로 대출자의 연 원리금 상환액과 월 납입금도 크게 감소했다. 변동금리 기준 대출자의 월 납입금은 작년 말 232만5천527원에서 현재 200만9천576원으로 줄어들었다. 혼합형 금리도 마찬가지로 하락해 대출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처럼 대출 금리 하락은 금융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가계대출의 급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6천362억원으로, 5월 말보다 4조4천54억원 증가했다. 이는 4월 이후 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각각 3조6천802억원, 7천330억원 증가했다. 금융 당국은 주요 은행에 가계대출 증가 관리를 당부했으나, 현재까지 5대 은행의 증가율은 2.2%로, 한국은행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에 근접해 있다. 특히 개별 은행 중 3곳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이미 2.5%를 넘어서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며 "집값까지 오르는 추세가 더해지면 대출 수요 확대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정책금융 확대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 등으로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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