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제조업 혁신, 현재 진행 중] 섬유 현장도 로봇 도입으로 효율성 증진

지난 20일 경산 한일첨단소재 생산공장. 로봇이 제품 이송 및 적재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정우태 기자
지난 20일 경산 한일첨단소재 생산공장. 로봇이 제품 이송 및 적재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정우태 기자

대구경북의 기반 산업인 섬유 업계가 긴 침체기를 벗어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로봇은 작업 환경이 열악하고 노동집약적인 섬유산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정 고도화는 섬유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로봇기업의 시장확대 등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인력난 겪는 현장의 해결사

지난 20일 경산 일반산업단지 내 한일첨단소재 생산공장. 섬유 후가공 특수처리 방식인 '라미레이팅' 공정을 마친 원단을 층층이 쌓는 작업이 진행됐다. 제품 분류를 확인하고 무거운 중량의 원단을 옮기는 일을 수행하는 건 사람이 아닌 로봇이었다.

고성능 특수소재를 생산하는 한일첨단소재는 친환경 투습방수필름을 적용, 자체 브랜드 'COMFOREX'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다양한 환경에서도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는 유니폼, 메디컬 산업용 제품을 가공하는 기술력을 갖췄다. 내구성과 기후 대응력이 요구되는 군사용 특수코팅기술도 강점으로 꼽힌다.

섬유 업계 전반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그러나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도 적지 않았다. 특히 작업자의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로 고심이 깊어졌다.

한훈 한일첨단소재 실장은 "작업자 대부분이 오래 함께한 베테랑이지만 작업을 하는 데 신체적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섬유에 코팅작업까지 마치고 나면 중량이 늘어난다. 무거운 제품을 옮기는 일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몸이 금방 상한다"며 "사람을 구하기 힘들고 해당 작업을 맡기면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하는 일이 잦았다"고 했다.

한 실장은 우연히 참석한 기술 세미나에서 해법을 찾았다. 로봇을 적용했을 때 효율이 증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1년 전 세미나에서 로봇을 접하고 '이거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무거운 제품을 옮기는 것부터 분류, 정리를 할 수 있다는 면에서 우리 현장에 적용했을 때 최적이라고 봤다"고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작업 효율은 높아졌고 작업자들의 만족감도 높은 편이다. 한 실장은 "처음에 로봇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 의구심도 있었지만 지금은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됐다. 힘든 작업을 대신하는 로봇이 있어 전체 공정의 효율성이 높아졌다. 추가로 도입이 가능한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KOTMI) 기계로봇연구센터. 연구원이 새롭게 개발 중인 로봇을 점검 중이다. 정우태기자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KOTMI) 기계로봇연구센터. 연구원이 새롭게 개발 중인 로봇을 점검 중이다. 정우태기자

◆ 로봇 자동화 시스템 확산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KOTMI)은 섬유산업이 직면한 인력난과 인건비, 노령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로봇을 적용한 공정모델을 개발 및 확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KOTMI 산하 로봇자율생산연구본부는 로봇 응용 기술을 적용해 섬유제조 장비의 고도화를 지원하고 있다. 섬유 산업 전반에 로봇 도입을 촉진해 제조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다. 지난해까지 한일첨단소재를 포함해 총 25개 기업을 대상으로 34건의 실증을 완료했다.

이송·적재 외에도 다양한 공정에 로봇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염료 공급 및 투입 작업에 로봇을 도입한 경우, 불량률을 낮추고 생산성을 향상하는 효과를 거뒀다. 수작업에 비해 불량 발생 가능성이 낮고 작업자의 관절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안경 클리너를 생산하는 대구의 한 섬유기업은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공정에 로봇을 적용했다. 로봇이 낱장 분리, 보강재 투입 등 섬세한 공정을 대체해 작업 안정도가 높아졌다. 불량률, 생산원가를 각각 50%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기계로봇연구센터는 물류자동화, 제조 장비용 서보 시스템 국산화 등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스마트제조연구센터는 ICT(정보통신) 기술을 산업 현장에 보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KOTMI 관계자는 "섬유 업계도 제조 혁신으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로봇을 활용한 공정모델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AI(인공지능)기술과 결합하면 더 큰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KOTMI) 기계로봇연구센터. 연구개발한 로봇이 진열돼 있다. 정우태 기자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KOTMI) 기계로봇연구센터. 연구개발한 로봇이 진열돼 있다. 정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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