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가 영국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의외의 팀이 우승한 가까운 사례로 2015~16 시즌 레스터시티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극적인 승부를 관용구처럼 '각본 없는 드라마'라 표현하는데 영국 언론은 레스터시티의 우승을 '동화'에 빗댔다. 의외의 팀의 동화 같은 우승이라 회자되는 대회 중에는 '유로 1992'도 있다. 스웨덴에서 열린 이 대회의 우승국은 동화의 성인(聖人) 반열에 올랐다 할 수 있는 안데르센의 조국 덴마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덴마크는 이 대회 출전이 예정되지 않은 나라였다. 쉽게 말해 '대타 출전'이었다. 당시에는 본선 진출국이 8개국(현재는 24개국)에 불과했다. 지역 예선 같은 조 1위로 출전권을 따낸 유고슬라비아가 전쟁범죄의 주범이 되면서 대회를 열흘 앞두고 출전 금지 처분을 받은 터였다. 대타로 출전한 팀의 우승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지만, 덴마크는 잃을 것이 없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발동했는지 기어코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손흥민의 팀,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2018~19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도 동화 같은 기억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토트넘 홋스퍼 팬들에게 역대급이라 할 수 있는 이때의 성적은 곱씹어 되뇔 수 있는 소재다. 당시 전력의 핵심은 세칭 'DESK 라인'이었다. 델리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손흥민, 해리 케인의 앞 글자를 따온 공격진이었다.
현재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유로 2024'에서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동화를 써 가고 있다. 에릭센은 3년 전(코로나19로 2021년 대회가 열렸다) '유로 2020' 첫 경기에서 심정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선수 생활을 못 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이탈리아 세리에A 인터밀란 소속이던 그가 예전 기량을 뽐내며 뛸 수 있으리라는 기대치는 낮았다.
하지만 그는 6개월 만인 2022년 1월 프리미어리그 브랜트포드에서 복귀했다. 팬들은 그가 돌아온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했다. 7개월 뒤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누가 말했나. 예전의 활약상을 재연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인간 승리의 표상이 된 에릭센이 '유로 2024' 첫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다시 동화 같은 이야기를 써 가고 있다. 아무렴, 동화는 '해피엔딩'이 기본값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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