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무기력·웰빙 체질 걷어낼 전기(轉機)

국민의힘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7월 23일)를 앞두고 5선의 윤상현 의원이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23일 나경원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출마를 선언했다. 이재명 대표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더불어민주당에 비하면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4자 구도 형성으로 민주정당의 전당대회답고, 어느 정도 흥행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당 대표에 출마한 4명이 당 대표로서 어떤 미래지향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줄지는 불투명하다.

4·10 총선에 승리한 민주당은 국회 관례를 무시하고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직 중 법사위, 운영위, 과방위 등 11개 주요 위원장직을 독식해 '국회 독재'의 길로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국민의힘이 숙이고 들어오지 않으면' 나머지 7개 위원장직도 독차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해병대원 특검법' '대북 송금 수사 특검법' '표적 수사 금지법' '수사기관 무고죄' 등 무차별 '입법 독재'로 이재명 대표 '방탄'은 물론이고, 행정부와 사법부까지 흔들고 있다. 나아가 '검찰청 폐지'를 주장하고, '판사 선출제'를 추진하겠다는 것을 보면 행정부와 사법부를 흔드는 수준이 아니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총선에서 승리했으니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언행을 민주당이 일삼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여당임에도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고, 항의 구호를 외쳤을 뿐 어떤 전략과 복안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거대 야권의 폭주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차가운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되돌릴 것인지, 여당으로서 어떤 정책 비전을 갖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총선에 대패하고도 반성이 부족하고, '웰빙 정당'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있다. 아무리 여소 야대이고, 야당이 '당 대표 방탄용 입법 독주'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명색 여당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외에는 야당 독주에 대항할 방안이 없다면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은 작금의 총체적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능력, 구체적 목표, 큰 정책 비전을 두루 갖춘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경험과 전략, 투지와 정치력, 변화와 쇄신을 향한 의지와 능력이 있는 인물을 선출함으로써 나락으로 떨어진 대한민국 우파 정치를 되살리고, 무기력에 빠진 국민의힘을 책임을 다하는 정당으로 다시 세워야 한다. 그러자면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4·10 총선 결과로 나타난 후보자들의 공과(功過)는 물론이고 당원으로서 지금까지 성과를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여당이 제 역할을 하면 국회와 행정부 사이에는 건강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한다. 하지만 여당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행정부와 국회는 시종 싸울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행정부 독재로 비쳐져 '진흙탕 싸움'으로 흘러갈 뿐이고, 국회 마비, 행정부 마비, 국력 낭비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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