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통에서 생활로"…국내 최초 장작불 생활자기 생산, 문경 김선식 사기장

'예술' 굽던 장작가마에서 커피사발과 식기 등 생활자기 생산, 폭발적 인기
"빛깔·강도 모두 가스가마보다 훌륭"…국내 첫 장작가마 생활자기 공장 건립

김선식 경북무형문화재 사기장
김선식 경북무형문화재 사기장

"문경 도자기산업은 수백 년간 장작가마로 굽는 전통기법을 고수하면서 고가의 전시용과 작품위주의 자기를 생산해왔습니다. 국민 삶과 함께하는 생활자기로 범위를 넓혀 착한 가격으로도 생산한다면 지역 도예산업에 엄청난 혁신을 불러올 것입니다."

대한민국 전통도자기의 명맥을 잇고 있는 경북 문경시 도예계가 국내 처음으로 전통도예기법인 장작불로 생활자기와 수출용 자기 생산을 적극 시도해 관심을 모은다.

이른바 '전통도자기의 대중화'를 이끄는 주축은 문경도자기협회 이사장이자 9대 째 전통도예가업을 잇고 있는 김선식(53) 경북무형문화재 사기장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2년 간 문경찻사발축제추진위원장을 맡으면서 커피사발과 커피잔, 다양한 식기 등을 비롯한 생활자기를 장작가마로 굽는 전통기법으로 만들어 내놔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생활자기를 주로 생산하는 타 지역에서는 작업하기 쉬운 가스 또는 전기 가마를 쓰다 보니 망댕이가마만 보유한 문경 도예계에서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그간 문경의 전통 장작가마 기법으로는 작품성이 높은 전시·소장용 달항아리와 다완(찻사발) 등을 주로 만들었다.

김 이사장은 "고온의 장작가마로 구운 도자기는 가스나 전기 가마와 비교할 때 친환경적이고, 한날 한시에 똑같이 생긴 제품을 구워도 결과물은 빛깔이나 느낌이 서로 다르면서 아름답다. 특히 가볍고도 강도가 높아 경쟁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김선식 사기장(사진 왼쪽) 특별초대전에서 신현국 문경시장 등 내빈들이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문경시 제공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김선식 사기장(사진 왼쪽) 특별초대전에서 신현국 문경시장 등 내빈들이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문경시 제공

그는 "흔히 장작불로 만들면 힘이 더 들고 불량품도 생겨 완성품이 적게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소나무 장작의 건조도를 균일하게 유지하고 가마 밖 온도계로 불의 세기도 컨트롤하면 불량률을 줄이고 대량 생산도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가격도 더 낮추는 등 기존 단점을 모두 보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하우를 터득한 그는 조만간 관련 특허를 내 지역 30여 도예인에게 기술을 무상 전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전통을 계승하면서 실용적 도자기를 생산하는 것이 문경 도예산업이 더욱 활기를 띨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확신을 가졌다며, 지역 도예인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식 경북무형문화재 사기장
김선식 경북무형문화재 사기장

최근 김 이사장은 '다미'라는 생활자기 브랜드와 법인을 만들고 문경에서 처음 장작불로 굽는 생활자기 공장을 건립했다.

공장에서는 석고몰드를 사용해 도자기를 예술적·실용적으로 만들어 내는 기술 '도자기 슬립캐스팅'을 한 뒤 장작가마에 구워 내수용은 물론 명품 커피잔 등 수출품까지 생산해 낼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유럽 등 세계 도예계에서도 장작가마로 생활자기를 생산하는 곳은 없고, 장작가마를 사용하는 문경의 생활자기수준을 따라올 수도 없을 것"이라며 "한식·커피 사업을 더욱 빛낼 수 있는 훌륭한 식기와 찻잔을 생산하고자 더욱 연구를 거듭하겠다"고 했다.

한편, 김 이사장은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10일 간 문경문화예술회관 1층 전시실에서 '장작불 생활자기 다미 탄생전'을 통해 자신이 생산한 생활자기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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