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FTA 수입↑·생산원가↑·판매↓' 삼중고에…칠곡 화훼농가 "꽃밭 갈아엎었다"

경북화훼생산자연합회 "정부, 중매인 꽃 경매장 출입제한 완화 등 화훼농가 살릴 대책 필요"

경북 칠곡군 왜관읍 낙산리 화훼농장에서 경북화훼생산자연합회 회원들이 1년동안 키워온 리시안셔스 꽃을 낫으로 베어내고 있다. 전병용 기자
경북 칠곡군 왜관읍 낙산리 화훼농장에서 경북화훼생산자연합회 회원들이 1년동안 키워온 리시안셔스 꽃을 낫으로 베어내고 있다. 전병용 기자

지난 24일 오전 경북 칠곡군 왜관읍 낙산리 화훼농장. 신일항 낙산리 이장이 (사)경북화훼생산자연합회 회원들과 함께 낫을 들고 자신이 1년 간 재배한 리시안셔스 꽃밭을 갈아엎고 있었다.

신 이장은 지난 9년 동안 3천300㎡(1천평) 면적 화훼 농장에서 자식마냥 꽃을 키워 왔다. 그러나 최근엔 판매 소득보다 농사 비용이 더 들어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신 이장은 "겨울 난방비와 인건비 등 생산원가가 급등하고 수입산까지 밀려드는 가운데 꽃 판매마저 시원찮은 삼중고로 화훼농가에는 찬바람만 분다"며 "농사를 지을수록 빚만 느는 데도 정부는 뒷짐만 진 채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25일 (사)경북화훼생산자연합회는 전날 "삶의 터전이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꽃밭을 갈아 엎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경북화훼생산자연합회는 회원 농가 320여 곳이 절화(꽃병·꽃다발·화환 등에 잘라 쓰는 장식용 꽃)를 재배해 왔다.

그러나 최근 10년 새 꽃집 등에서 콜롬비아와 베트남, 중국 등 외국산 수입 꽃 수요가 100배가량 증가세를 보이면서 화훼농가는 소득 급감에 시름을 앓고 있다. 국화는 이미 수입산이 국내 생산량을 뛰어넘었고, 국산 대륜 카네이션은 생산 기반이 아예 사라졌다.

국내 화훼농가의 판로를 위해 조성했던 서울 양계동 공영꽃시장 역시 국산보다 수입 꽃 거래가 훨씬 늘었고, 국산 꽃은 경매에서 유찰되기 일쑤라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인건비와 농자재값은 예년 대비 두배 이상 뛰었다. 전기세와 유류비도 이미 농가가 감당 못할 만큼 올랐다.

경북화훼생산자연합회는 이런 가운데도 정부가 국내 화훼농가 사정에 눈감은 채 화훼강국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연달아 체결, 농가를 사지로 몰아 넣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에콰도르와 FTA의 일종인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을 맺었다. 이에 따라 장미·카네이션·국화 등 절화류 관세율(현행 25%)을 12~15년에 걸쳐 철폐한다.

이미 2015년 발효한 중국, 베트남 FTA와 2016년 발효한 콜롬비아와의 FTA 탓에 무관세·저관세 절화가 대폭 늘면서 전국 화훼농가가 주저앉았다. '설상가상'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낙산리 신일항 이장이 1천여평의 농장에서 1년동안 키워온 리시안셔스 꽃을 예초기로 베어내고 있다. 전병용 기자
경북 칠곡군 왜관읍 낙산리 신일항 이장이 1천여평의 농장에서 1년동안 키워온 리시안셔스 꽃을 예초기로 베어내고 있다. 전병용 기자

서대목 경북화훼생산자협의회장은 "공영꽃시장은 계속되는 유찰에 대해 대책을 세우고, 절화 판매장에서 상인들이 무단 판매하는 수입산 꽃과 관련해서도 책임감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중매인의 꽃 경매장 출입제한을 완화하는 등 위기에 처한 화훼농가를 살릴 실질적 대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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