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경주 솔거미술관이 맺어준 인연

김남일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사장

김남일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사장.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제공
김남일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사장.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제공

경주 솔거미술관은 한국화의 거장 소산 박대성 화백의 작품 기증으로 2015년에 건립됐다. 현재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가 경주시로부터 수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그 과정에는 박 화백과의 남다른 인연이 자리 잡았다.

경주 솔거미술관 기증 작가인 박 화백은 동시대 미술 기법과 조형언어를 수묵화에 투영해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한국화의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경북 청도 출신인 그는 1976년 무학(無學)의 화가로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다. 이후 그의 작품성을 눈여겨본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과의 인연으로 삼성가 전속 화가로 5년 가까이 활동했다. 그 뒤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그림에 집중하기 위해 1995년 경주에 작업실을 차린다.

경주에 거처를 마련한 박 화백은 경주의 문화재와 산천을 향기로운 묵향으로 그려내며 스스로 신라인임을 자처했다. 경주와 신라에 대한 그의 애정은 작품으로 승화됐으며 솔거미술관 건립의 반석이 되었다.

필자와 박 화백과의 인연은 경주부시장 재임 때 시작됐다. 당시는 솔거미술관 개관 준비에 한창이던 때였고, 그에 따른 산재한 문제가 도처에 깔려 있었다.

미술관 명칭과 소장품 기증에 관한 문제는 가장 큰 해결 과제였다. 박 화백의 기증 의사를 통해 건립이 추진된 솔거미술관은 기증자에 대한 대우와 기증 작가 미술관으로서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박대성미술관'으로 명명하였으나, 지역 미술인들의 반대 견해로 인해 개관을 미룬 채 긴 시간 씨름을 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결국 신라시대 이름난 화가로 알려진 솔거의 이름을 딴 솔거미술관이란 이름으로 개관하게 됐다.

박 화백의 기증 작품 830점에 대한 소유권을 경주시로 지정하고 공증을 받는 과정도 필자가 직접 추진했다. 그 결과 경주시는 38억원 상당의 작품을 경주시 소유 재산으로 소장하게 된다.

솔거미술관이 운영되기까지는 이처럼 많은 이들의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과 노력이 있었다. 그 결과 미술관 명칭 변경과 함께 작품의 소유권 확보라는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 당시를 회고해 보면 정말 어려운 과제를 풀기 위해 수많은 방법을 동원하였고 참 부지런히 박 화백을 만나러 다녔던 것 같다.

2015년 8월 개관한 솔거미술관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춤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꾸준히 관람객이 증가하며 매년 10만 명 이상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으며, 경주 관광의 핵심 여행지로 조명을 받고 있다. 근래에 와서는 K-팝의 영향으로 한국적인 문화와 예술에 대한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기증 작가이자 한국화 거장인 박 화백의 국제적 위상도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현재 박 화백의 작품이 지닌 가치는 2015년 당시보다 10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재산적 가치로만 봐도 상당한 금액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여야 할 것은 그가 그려낸 그림이 지닌 미래 가치이다.

겸재 정선부터 이어진 진경산수화의 계보에서 서구의 모더니즘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자신만의 완성된 화풍을 그려낸 박 화백의 그림은 한국 수묵화의 역사로서 큰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정체된 한국 수묵화에 개척가의 정신으로 자신만의 화풍 '소산수묵'을 그려낸 박대성 화백은 향후 긴 시간이 지난 후에도 한국 수묵의 새로운 시대를 연 거장으로 조명되리라 믿는다.

경주시와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솔거미술관과 소장품에 대한 지원과 연구를 통해 우리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 먼 미래에도 빛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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